[포럼] `리빙랩`, 사회위한 연구·혁신 거점될 수 있다

[포럼] `리빙랩`, 사회위한 연구·혁신 거점될 수 있다
    입력: 2018-09-12 18:04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포럼] `리빙랩`, 사회위한 연구·혁신 거점될 수 있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회적 가치와 책임이 과학기술혁신정책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이 혁신정책의 지배적 가치였다면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사회·기술시스템으로의 전환, 사회문제 해결, 삶의 질 제고 등의 사회적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포용적 혁신, 사회에 책임지는 연구·혁신(RRI, Responsible Research and Innovation)의 개념을 통해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논의해 왔다.

연구·혁신에서 사회적 책임은 그 목적과 동기, 결과, 과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연구·혁신활동 목적과 동기에서의 책임은 연구·혁신이 전문지식의 생산을 넘어 최종 수요 주체인 시민들이 '원하는' 지식 생산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지식을 위한 지식 또는 산업발전을 위한 지식생산에서 더 나아가 시민들이 원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생산하고 있는가를 고려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혁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연구·혁신이 사회적 난제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결과물을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혁신 결과가 초래할 위험이나 부작용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고 이를 막을 책임을 강조한다. 연구·혁신 과정에서의 책임은 연구·혁신 과정상에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일반시민의 참여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민사회와 연구자, 정책결정자 간의 신뢰와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한국에서도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사업, 국민생활연구가 과학기술정책의 한 축으로 등장하면서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국민생활연구 추진전략'에서는 '국민을 위한, 국민의 R&D'를 강조하고 있으며, 6월에 발표된 '제2차 과학기술 기반 국민생활(사회)문제 해결 종합계획'에서는 과학기술의 현장·수요자 지향, 사회적 가치 강화를 위한 10대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역문제 해결이나 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R&D와 사회정책과의 연계·협력 방안까지 담고 있다.

이처럼 국가 차원의 중장기 계획과 추진전략에서는 연구·혁신 목표 및 추진체계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연구·혁신활동은 여전히 기존의 체계 내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혁신의 새로운 내용을 담는 규정·지식·경험·인프라가 부족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중요한 축인 부처간, 과학기술계-사회혁신주체 간, 관련 전문가 간의 협업 경험과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산·학·연·관 각 주체들의 행동도 기존 관성 때문에 변화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구·혁신의 철학을 담은 시스템을 소규모로 구현하는 전략적 실험이 필요하다. 기존의 구조와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하는 모델을 보여주고 이를 점차 확산해 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리빙랩 운동은 공공-민간-시민 파트너십(Public-Private-People-Partnership, 4Ps)과 시민참여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지향하는 연구·혁신을 구현하는 좋은 플랫폼이 되고 있다. 실험실-일터-놀터-삶터의 융합을 강조하는 리빙랩은 과학기술과 현장, 과학기술과 사회, 전문가와 일반시민을 엮어내면서 기존의 연구·혁신뿐만 아니라 사회·산업·교육·지역 시스템 전반을 혁신해 나가고 있다. 과학기술 중심, 전문가 중심, 산업발전 중심, 실험실 중심, 각개전투식의 시스템을 사회·현장·수요자 지향 및 문제해결형으로 새롭게 변화시키는 체인지 메이커인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과학기술활동에서는 이제 '랩'과 '리빙랩'이 동시에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가치 및 책임성 확보 노력이 레토릭을 넘어 구체적인 실천과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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