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변방에서만 맴도는 BMW 사태 대응

[포럼] 변방에서만 맴도는 BMW 사태 대응
    입력: 2018-09-12 18:04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포럼] 변방에서만 맴도는 BMW 사태 대응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지난 여름 BMW차량의 화재는 그 뜨거운 날씨보다 더 뜨거웠다. 연일 계속되는 화재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점점 커졌고 언론은 주요기사로 다루며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하면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였고 정부도 서둘러 대책을 발표하였다. 수년에 걸쳐 쌓인 문제 때문에 화재가 일어나는 것을 하루아침에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당장 대책을 마련하라는 언론의 질타에 정부가 급하게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미래에 유사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대책보다는 당장 불을 끄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에 BMW, 정부 관련기관, 언론 각각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BMW는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로서 다수 차량의 화재는 있을 수 없는 사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EGR(배기가스재순환) 장치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설계변경을 하였다면 기존의 엔진이 가혹한 조건에서 화재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하여 파악하였어야 한다. 즉 원래 설계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검증하는 내구테스트에서 제대로 화재 가능성을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BMW의 책임이다. 만약 악조건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묵살하였다면 이는 더 큰 문제이고 책임이 더 커진다.

정부 쪽 문제는 화재가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 이에 대한 대처가 빠르고 현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토부에는 필자도 위원으로 참가하는 자동차제작결함평가위원회(심평위)가 있다. 심평위에서는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자동차 문제에 대한 실험과 분석을 마친 후 그 결과를 가지고 토론하고 리콜여부에 대한 의견을 모아서 국토부에 그 의견을 전달한다. 이 심평위 제도는 리콜 결정전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는 제도이다. 신중을 기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빠르게 대처하기는 어렵다. 모 언론에서 마치 심평위 위원들이 자동차업체들의 로비를 받아 결정하는 것처럼 보도하였는데 전혀 실상을 모르고 몇 사람의 악의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차제에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안전연구원의 리콜담당부서를 독립시켜 전문적인 리콜 분석결정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동차안전문제 전문가들과 법률가들의 확보가 필요하다.

기존의 제도 내에서 바람직한 정부의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운행정지보다는 소유주들이 자신의 차량상태를 빠르게 정비소에서 점검하도록 안내하고 위험이 있는 차량에 대해 수리 후 운행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BMW에게도 자사차량에 대해 신속히 점검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를 분석하면 확실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확정하고 대책을 확정할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BMW로부터 정비결과를 받아 차량들이 수년간 어떤 문제를 갖게 되었는지 분석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위원회인 심평위를 소집하여 분석방향에 대한 자문을 받는 것도 시급하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도 문제가 많았다. 소위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화재원인에 대한 분석을 경쟁적으로 보도하였는데 필자도 수십 년 엔진을 연구한 사람이지만 어떻게 그렇게 쉽게 원인을 찾아냈다고 주장하는지 의문이 든다. 화재가 일어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 산소 그리고 화재를 일어나게 하는 높은 온도 조건이다.

이번 BMW 차량 화재에서도 수년간 화재가 날 수 있는 물질이 쌓이고 여기에 화재를 유발하는 뜨거운 조건이 성립된 것이다. EGR은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배기를 흡기에 재순환하는 것이다. 이 재순환가스에 탄소알갱이나 연료, 윤활유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들이 흡기관에 쌓일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운행에 따라 이런 물질이 많이 쌓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화재가 일어난 차량을 전부 조사하여 원인을 밝히고 아직 화재가 일어나지 않은 차량들의 상태도 세밀히 점검하여 원인을 분석하여야 한다. 이런 과정이 없이 어떤 한 원인을 지목하는 것은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고 맞는다고 하더라도 원인이 여러 가지인 경우 하나에 대한 대책만으로는 추가적인 화재를 막는데 부족하기 때문에 추후에 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BMW사태에서 필자가 느낀 것은 한마디로 대응이 신중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너무 언론이 경쟁적으로 사태를 보도하면서 추측성 원인 분석을 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을 보았다. 전문가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자칭 전문가들이 등장하여 발표하는 것을 검증 없이 보도하여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일부 언론이 한심하다.

정부도 권위를 가지고 국민이 믿고 편안하게 자동차를 사용하게 하지 못하고 연일 급한 대책을 마련하니 국민이 정부를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이제라도 자료를 잘 분석하여 깊이 있게 화재의 원인을 파악하고 BMW에 적절한 책임을 묻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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