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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기울어진 운동장의 獨走

심화영 ICT과학부 통신콘텐츠팀장 

심화영 기자 dorothy@dt.co.kr | 입력: 2018-09-12 18:04
[2018년 09월 13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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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기울어진 운동장의 獨走
심화영 ICT과학부 통신콘텐츠팀장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주(州)별로 직접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해당 주에 배분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다. 미국은 세계 IT시장에서도 승자독식 레이스 중이다. 각 국에서 매일 수백통의 취업레터가 날아드는 구글과 애플. 구글의 OS(운영체제)는 세계 안드로이드 OS 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한다.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업계의 이익의 80%를 갖고 간다. 이 IT공룡들의 아성은 무너질 것 같지 않다.

이들 기업의 성공 비결은 남다른 인사이트(insight)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중저가 휴대폰에 탑재되면서 누구나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했고,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용자에게 이익을 직접 배분하면서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승자독식 플랫폼은 '기술'이 무기로 변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면…. 2010년 검열과 온라인 해킹에 대한 우려로 중국에서 철수했던 구글은 중국 시장 재진입을 위해 중국 정부가 제한하는 웹사이트와 검색 결과를 차단하는 '드래곤플라이'(Dragonfly·잠자리)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추진해 국제인권단체의 항의를 샀다. 우리는 구글코리아의 매출, 직원수, 법인세 등 수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사회적 책임을 얼마나 다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재무정보 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역외탈세, 시장 독과점, 개인정보 침해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애플코리아는 한국시장에서 아이폰을 많이 팔지만 고객이나 언론이 접근할 창구는 열어 놓지 않았다. 애플의 경우 로컬회사의 현지인 직원들은 매니저(Manager, 관리자) 이상 디렉터(Director, 임원)로의 진급은 사실상 어렵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GAFA'로 불리는 미국 IT 4개 공룡기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거세다. 각 국에서 불공정 경쟁에 따른 과징금 부과와 소송이 줄을 잇는다. 우리만 많이 늦었다. 한국은 오히려 국내 업체들에 대한 역차별이 이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어서 이길 수 있는 법은 요즘 세상에는 없다. 이제는 동경의 대상에서 냉정한 시각으로 외국계기업을 바라볼 때다.

탈(脫) 구글·애플 운동이 게임업계에서 불고 있다. 소비자가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을 구글의 '구글플레이',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면 앱 자체 가격뿐 아니라 향후 앱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매출의 30%가 구글과 애플로 넘어간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당당하게 글로벌 사업자를 국내 법·제도 안으로 포함시키 못했다. 법안은 이제야 속속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의 국외 재이전시 보호 강화 및 해외 사업자의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실제로 국내 기업이 구글에 검색광고를 제안할 경우 구글은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 아일랜드로 법적 계약을 맺는다. 구글 아일랜드가 법인세가 낮고 혜택이 많아서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승자독식 플랫폼은 이용자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유튜브는 9월부터 건너뛰기(스킵)를 못하는 15~20초 광고를 도입했다. 유튜브는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건너뛸 수 있는 광고 외에 건너뛸 수 없는 광고도 포함할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이용자의 몫이고, 유튜버의 선택으로 돌린다.

무조건 국내기업에게 우산 속에 숨는 혜택을 주는 게 답일 순 없다. 넷플릭스가 자체 글로벌 기준인 9 대 1로 수익계약을 맺으니 우리(국내 콘텐츠사업자)도 똑같이 해달라는 것은 일괄적용이 안된다. 계약조건은 사업자 간의 몫일 뿐이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 투자를 확대한다면 국내기업과의 격차는 자꾸 벌어진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전환점이 필요하다. 해외기업을 규제하든, 국내기업도 규제를 완화하든 공정경쟁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승자독식 모바일의 교훈을 얻은 국내 기업들이 AI 플랫폼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 플랫폼을 장악하면 막대한 빅데이터가 축적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홈도 한국시장에 상륙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구글 임원은 "오케이 구글 명령어 이후에 이전 음성은 기록되지 않고 삭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AI의 기능이 이용자의 편의를 더욱 높이려면 그동안 쌓은 빅데이터와 결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권은 플랫폼을 가진 쪽이 쥐게 될 수밖에 없다. 승자독식 플랫폼 독점을 해소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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