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부실학회 5년간 1317명 참가했다

한국도 부실학회 5년간 1317명 참가했다
안경애 기자   naturean@dt.co.kr |   입력: 2018-09-12 18:04
와셋 · 오믹스 실태조사 결과
대학 83곳·출연연 21개 적발
서울大 참가자 수 88명 최다
"연구윤리 법제정비 서둘러야"
한국도 부실학회 5년간 1317명 참가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과학기술한림원, 공학한림원, 의학한림원이 12일 서울 강남구 과총회관에서 개최한 '연구윤리 대토론회'에서 황은성 서울시립대 교수가 '과학기술 분야 연구윤리 재정립을 위한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과총 제공


한국도 부실학회 5년간 1317명 참가했다


세계 과학계가 유령 국제학회, 연구부실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주요 대학 및 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부실학회 참가가 광범위하게 전개돼 온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전국 238개 대학, 4대 과학기술원, 26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그동안 부실학회로 지목돼 온 와셋 , 오믹스 참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총 1317명이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전체 조사 대상 기관의 40%인 108개 기관의 연구자들이 두 학회에 참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대학이 83개, 출연연이 21개였고 4대 과기원은 모두 포함됐다.

대학 중에서는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각각 88명, 82명의 연구자가 참가했고, KAIST에서는 43명,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26명이 참가했다.

이들 부실학회는 대외적으로는 논문 발표·출판 등을 위한 학회로 치장했을 뿐 실제는 영리목적의 단체로, 정부 R&D 지원을 받는 대학·연구기관 연구자들이 참여해 연구활동 실적으로 허위 보고하는 등 세금 낭비에 악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정통부와 교육부는 기관별로 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전개한 뒤 연구윤리 및 직무규정 위반행위가 적발된 경우 징계토록 했다. 또한 연구비 부정사용자와 연구 부정행위자의 경우, 한국연구재단의 정산 및 검증을 거쳐 추가로 참여제한과 연구비 환수 등 제재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연구비 유용 또는 연구부정이 드러날 경우 정부가 엄정하게 조치하고, 이른 시일 내 '과학기술인의 건강한 연구문화 정착 방안'을 확정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령학회 참가, 부실연구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면서 연구윤리 관련 법제 및 거버넌스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12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개최한 '연구윤리 대토론회'에서 "허위 학술지와 학술행사가 늘어나면서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허위 출판사는 2012년 18개에서 2016년 1155개로 늘었고, 2014년 기준 허위 출판사에 게재된 논문이 42만건, 이로 인한 수익이 7400만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부실 학회로 꼽히는 오믹스를 기소해서 작년말 서비스 예비금지 판결을 끌어냈다. 독일도 연구기관을 관할하는 헬름홀츠연구회가 최근 허위 학술출판사에 대한 법적대응 필요성을 제기했고, 독일연구협회가 성실연구권고안을 최근 개정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5월 연구개혁안을 발표하고, 불량 학술지 목록을 관리하는 한편 해당 학술지에 투고하는 연구자에게 경고 및 평가 시 불인정 조치를 하기로 했다.

최 원장은 우리나라도 연구 부정행위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연구성과 평가체계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학술정보안전센터(가칭)를 만들어 학술정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모니터링하는 한편 국제협력 활동을 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황은성 서울시립대 교수(생명과학과 교수)는 "저자부정은 입시와 연계되고, 연구부정은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 조작이슈 등과 연결되면서 이제 연구부정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학회의 연구진실성 중심잡기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가에 의한 정성적 실적평가를 확대하는 동시에 각 기관이 독립적 연구진실성조사기구(IRIB)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구부정 뒤에는 구조적·조직적 문제가 있다"면서 "국내에서 부실 학위논문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대학원의 재정수입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부실 학회인 와셋이 이슈화됐는데, 5400개가 넘는 국내 학술지의 상황을 봤을 때 와셋만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그동안 연구부정 이슈는 논문에만 초점이 맞춰졌는데 응용개발연구와 관련한 연구 부정행위는 엄청날 텐데 그동안 열어보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정병선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연구관련 규정이 너무 복잡하거나 잘못을 유도할 여지는 없는지 점검하고 개선할 계획"이라면서 "국가 차원의 연구윤리 거버넌스 보완작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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