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부작용` 靑 눈치보는 정부기관

`최저임금 부작용` 靑 눈치보는 정부기관
김민수 기자   minsu@dt.co.kr |   입력: 2018-09-12 18:04
KDI, 보고서에 직접표현 안해
금감원도 보도자료 수정 배포
전문가 "잘못 지적하지 못하면
경제 전반 위기 심화시킬수도"
최근 정부 기관들이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언급을 제대로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청와대 정책 방향을 따라야 하는 정부 기관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잘못'을 '잘못'이라 하지 못할 때 진정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9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고용상황이 악화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7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의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KDI에 따르면 7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10년 1월(-1만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KDI의 이 같은 평은 최근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과 맞물려 묘한 뉘앙스를 던지는 분석이다. 최근 고용 악화에 대해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은 "인구 구조적 원인이 크며, 고용의 질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해왔다.

모두가 KDI의 평을 최저임금 두자릿수 증가, 주 52시간 근무 등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을 지적한 것이라 해석했다. 하지만 정작 KDI는 이같은 표현을 직접 하지 못하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10일 오전에는 금융감독원이 '개인사업자대출119' 보도자료를 냈다가 최저임금 영향을 언급한 부분을 삭제해 같은 날 오후 다시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해당 자료에서 은행권이 지원하는 개인사업자대출119 제도를 통해 금융지원이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 애로를 겪고 있는 한계 개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119제도를 적극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후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개인사업자들이 힘들어지면서 대출 지원을 많이 받았다는 내용으로 기사가 쏟아지자 금감원은 부랴부랴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이 됐다는 부분을 삭제한 수정 보도자료를 냈다.

또 한국금융연구원과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최근 발표한 '가계부채분석보고서'에서 연소득 2000만 원 저소득층의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그래프는 명시해놓고 정작 그래프 수치를 알려달라는 취재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최근 통계청에서는 '가계동향조사'(소득)을 발표했다가 청장이 교체됐다. 정부는 의례적인 인사라고는 입장이지만, 통계청 안팎에서는 "조사 불만으로 인한 것"이라는 평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부 산하 기관들이 정책과 관련해 잘못을 잘못이라고 지적하지 않으면, 소득·고용 등 우리나라의 경제 전반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기흥 경기대 명예교수는 "국책연구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정부의 통제를 받고 예산을 지원받기 때문에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기관과 금융기관이라면 사실을 정확히 분석하고 알려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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