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사라지고 투기만 남은 한국경제

투자 사라지고 투기만 남은 한국경제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 |   입력: 2018-09-12 18:04
올해 주식시장 시총 90兆 증발
서울 아파트 총액 124兆 폭증
부동산 쏠림에 시장 왜곡시켜
"규제 풀어 투자 활성화 필요"
오늘 오후 부동산 대책 발표
투자 사라지고 투기만 남은 한국경제
3.3㎡당 1억 원 돌파한 서울 반포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투자·고용·내수 등 '트리플' 침체에 빠지면서 올 들어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90조 원 가량 허공으로 사라졌다. 저금리로 시중에 1100조원이 넘는 돈이 풀렸지만, 증시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 올 들어서만 서울 아파트 시총은 124조원이나 폭증했다. 경기 침체와 갈 곳 잃은 '미친 쩐의 힘'이 빚은 '건전한 투자는 없고, 투기만 판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인 셈이다.

부동산 광풍에 놀란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최대 2배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13일 오후 2시 30분에 발표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삐 풀린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켜 시중 부동 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건전한 투자처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코스피·코스닥시장 전체 시총은 1794조5759억원으로, 지난해 말(1882조8843억원) 대비 88조3084억원 줄었다. 이 기간 코스피 시총은 79조9151억원 감소했고, 코스닥은 8조3933억원 줄었다.

시중 부동 자금이 사상 처음으로 1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증시 거래대금은 크게 줄었다. 지난 5월 9조533억원에 달하던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들어 5조2264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공정경제 기조 아래 정부가 재벌 개혁과 대기업 규제 수위를 강화하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규제 철폐와 법인세 감면으로 활황장을 연출하고 있는 미국 증시와는 완전 딴판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의 전체 시총은 올해 들어서만 1조5000억달러(한화 1700조원) 가량 늘었다. 최근 미국 증시의 경우 애플에 이어 아마존까지 '꿈의 시가총액'으로 불리는 1조달러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하자 갈 곳 잃은 시중 부동 자금은 서울 아파트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시가총액은 996조1830억원으로, 지난해 말(871조8340억원)에 비해 124조3490억원 이나 폭증했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역대급 부동산 규제 책을 가동했지만, 오히려 '똘똘한 한 채' 투자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아파트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사상최장인 49개월째 고공행진을 기록 중이다. 8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238만원으로, 사상 처음 7억원을 처음 돌파했다.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지방 부자들이 강남 재건축이나 랜드마크 아파트를 사기 위해 원정투자를 오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7월 한 달 간 외지인의 서울 주택 매입은 4596건으로, 6월보다 52%나 급증했다. 특히 강남은 7월 777건으로, 전달(159건)에 비해 388% 폭증했다. 2006년 1월 관련 통계가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지방이나 외곽 아파트를 파는 대신 서울 시내에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정부가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한 주택 공급을 늘리지 못하는 한 서울 집값 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길·김민주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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