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서울안보대화` 사이버平和 주춧돌 돼야

[포럼] `서울안보대화` 사이버平和 주춧돌 돼야
    입력: 2018-09-11 18:04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포럼] `서울안보대화` 사이버平和 주춧돌 돼야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12일부터 14일까지 국방차관급 다자안보협의체인 '2018 서울안보대화'가 개최된다. 이번 2018 서울안보대화는 '지속가능한 평화: 갈등에서 협력으로'라는 큰 주제를 내걸고 다양한 국제안보 현안과 함께 사이버 안보 문제를 논의한다. 서울안보대화의 '사이버워킹그룹회의'는 2014년부터 개최돼 사이버 안보 분야 정부 간 실무협의체로 운영되고 있는데, 올해는 20여개 국가가 참여해 '사이버 안보를 위한 군 역할'과 '각국 사이버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사이버 안보 문제를 다루는 또 다른 동아태 지역 다자안보협의체로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있다. 한국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의 사이버 신뢰구축조치 노력에 적극 부응하여, 2012년 9월 서울에서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였고, 2013년 9월과 2014년 3월에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의 사이버 이슈 관련 워크숍에도 참여하였다. 지난 8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25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역내의 주요 안보도전 요인의 하나로 사이버 안보 문제가 심도 있게 다루어졌다고 한다.

이외에도 동아태 지역에서는 아태경제협력체(APEC)나 아세안(ASEAN) 정상회의 등과 같은 지역협력체의 형식을 빌려 사이버 안보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논의 과정에 역내 구성원의 일원으로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의제를 주도하는 중견국 외교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사이버 위협에 구체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다. 대내적으로 기술과 제도의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과 더불어 대외적으로도 주변 국가들과 협력하여 이 분야의 국제규범을 마련하는 데 앞장설 당위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이버 안보의 '서울매뉴얼' 구상을 펼칠 것을 제안해 본다. 서울매뉴얼은 '탈린매뉴얼'에서 착안하였다. 탈린매뉴얼은 2013년 3월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위치한 나토 산하 사이버방어협력센터(CCDCOE)의 총괄 하에 국제법 전문가들의 공동연구를 거쳐 발표된 지침서이다. 탈린매뉴얼의 주 관심사는 기존 전쟁법의 교전수칙을 사이버전에도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정전론(正戰論)'의 시도를 연상케 하는 탈린매뉴얼을 사이버 공간의 공격과 방어에 실제로 적용하여 얻을 수 있는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 분야의 국제규범이 부재한 상황에서 사이버 공격을 일탈행위로 규정하고 대응할 명분적 근거를 제공하는 데 탈린매뉴얼은 나름 의미가 있다.

탈린매뉴얼의 형성과 그 이후 과정에서 발트 해 연안의 작은 나라인 에스토니아의 외교적 리더십이 주목을 받았다. 이를 보면 한국이 동아태 지역에서 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물론 서울매뉴얼의 내용은 유럽 지역에 기반을 두는 탈린매뉴얼과는 달라야 한다. 사실 탈린매뉴얼은 2007년 에스토니아 사태 이후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서 서방 진영의 시각이 주로 반영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근대적 영토공간의 전쟁법을 원용해서 초국적 사이버 공간의 안보문제를 다룬다는 한계도 지적되었다. 이를 염두에 두면, 중견국 한국이 구상하는 서울매뉴얼에는 탈린매뉴얼의 전략론 발상을 넘어서는 탈냉전과 탈근대의 평화담론이 담겨야 할 것이다.

이번 서울안보대화에 첫 참가의 기대를 모았던 북한은 "남북한 판문점선언 이행에 집중하자"며 불참의 뜻을 전해왔다. 지난 4월 판문점선언에서 남북한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선언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판문점선언에는 '제5의 전장'으로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긴장과 충돌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다. 언젠가는 북한이 서울안보대화에 참가뿐만 아니라 서울매뉴얼의 구상에도 동참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