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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비트코인의 신용카드 대체, 아직은 신기루

장주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18-09-11 18:04
[2018년 09월 12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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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비트코인의 신용카드 대체, 아직은 신기루
장주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

비자카드가 초당 5만6000 건을 처리하는데 비해 비트코인은 7건 밖에 처리하지 못해 전 세계의 엄청난 결제 요구를 처리할 수 없다. 비자카드의 결제는 수 초 내에 이루어지는데 비트코인은 평균 30분이 걸린다. 커피 사려고 30분간 계산대에서 결제를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변동성도 화폐로 쓰기 어려운 이유였다. 비트코인을 받자마자 10%가 떨어진다면 어느 상점 주인이 좋아하겠는가. 재미 삼아 방송용으로 시도해 보는 '비트코인으로 하루 살아 보기'는 대부분 씁쓸한 웃음거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미래의 결제 수단으로 떠 오른 비트코인의 민낯은 초라하다. 작년 말 2600 만원까지 치솟은 비트코인의 가격이 연 초에 폭락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현재 700 만원 정도 하는데 왜 '0' 이 되지는 않는 걸까? 이 점이 비트코인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겐 찜찜하다.닷컴 버블때 필자가 가진 인터넷 회사 주식이 한 달 만에 40만원에서 2만원으로 폭락한 것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에 무언가 불씨가 남아 있는 걸까.

'때를 만난 아이디어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고 빅톨 위고는 말했다. 비트코인은 때를 만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금융 위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사람들이 철석같이 믿고 맡긴 돈을 월스트리트의 거대 금융 회사들이 순전히 자신들의 탐욕 때문에 모두 날려 버리는 초대형 사고가 있었다. 금융 회사들의 광고에 파도에도 견고하게 버티는 바위가 주로 등장하는 것은 우리를 속이기 위한 이미지 연출이었다.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하고 있었던 것이 밝혀져 중앙 집중형 거대 금융 회사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블록체인은 이런 상태에서 메시아처럼 나타난 아이디어이고 그 아이디어로 태어난 첫 번째 '아기'가 바로 비트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비자카드는 60년 전에 태어나 현재 30억 가입자, 4600만 가맹점을 가진 '성인'이다. 비트코인을 비자카드와 비교하는 것은 아기를 성인과 비교하는 일이라고 본다. 비자카드도 사기, 위조, 연체등 많은 문제들을 겪으면서 오늘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비트코인도 그렇게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의 진정한 민주화'를 추구하는 그 아이디어가 계속 유효한가 하는 문제이지 극복 가능한 '기술적인 문제들'이 아니다.

최근에 나온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비트코인의 처리 속도와 시간을 비자카드 이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변동성이 심한 문제는 비트코인을 가진 사람들이 늘면 해결될 것이다. 달러를 가진 사람들의 수와 비트코인을 소유한 사람들의 수를 비교하면 그 변동성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불과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가치가 없다고 한다면 종이에 인쇄한 달러는 종이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미국 연방은행이 인정하는 것이 가치라고 한다면 비트코인 뒤에는 불특정 다수의 비트코인 '신도'들이 있다. 비트코인을 사람들을 연결한 결제 네트워크라고 한다면 이 네트워크의 본질적인 가치는 '메트 칼프'의 말처럼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의 제곱에 비례할 것이다. 단순히 사진, 동영상들을 공유하는 페이스북이 500조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것은 그 만큼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악마의 씨앗'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강하고 그에 따른 유무형의 탄압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아기'가 이런 시련을 겪고 성장하여 비자카드를 대신할 수 있을까. 역시 '분산적인 판단'의 '보이지 않는 합의'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

이런 금융 위기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또 어떠했는가. 탐욕으로 무분별한 투기를 일삼은 금융회사들이 망할까봐 7조 달러가 넘는 자금을 지원했고 이 과정에서 달러의 발행량은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금값이 몇 배 오르면서 달러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아무 잘못없이 엄청난 상대적 손실을 입었다.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거대 금융회사나 정부에 의해 우리의 재산이 모래처럼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는 무력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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