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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데스크] 적폐세력이 된 대한민국 기업들

최경섭 ICT과학부장 

최경섭 기자 kschoi@dt.co.kr | 입력: 2018-09-11 18:04
[2018년 09월 12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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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데스크] 적폐세력이 된 대한민국 기업들
최경섭 ICT과학부장

적폐,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 넘는 동안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고 또 들었던 단어다. 매번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수많은 정치적 격변들이 발생했고, 또 그때마다 과거 정치와 기득권 세력을 '청산해야 할 쓰레기'로 몰아가기 위해 또 수많은 정치적 수사들이 동원됐다.

YS는 '역사바로 세우기'를 전면에 내세워 철옹성 같던 군부세력들을 축출했고,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기 시작한 90년대와 2000년대에도 이전 정권과의 정치적 단절, 또는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하기 위한 '과거청산', '적폐청산' 이란 정치적 수사가 계속됐다.

수십 년간 정치적 격변기를 보내면서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적폐'란 단어를 들으면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진다. 칼 마르크스가 가진자와 못가진자를 이분법으로 나눠 '프롤레타리아 혁명론'을 주창하던 19세기에나 어울림직한 단어를 21세기를 사는 우리만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느낌이 든다.

적폐는 나와 반대되는 세력, 과거 기득권 세력을 적으로 규정한다. 혁신세력들은 오랜동안 쌓인 먼지, 폐습, 기득권은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 적폐청산을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현 정부의 정치적 행태도 19세기와 닮아 있다. 자본을 가진 기업과 기업인을 자본을 갖지 못한 노동자와 이분법적 논리로 엄격하게 구분한다. 자본을 많이 축적한 대기업과 재벌들은 이내 기득권 세력, 적폐세력으로 규정돼 개혁해야 할 대상이 된다.

촛불민심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과 반대 정치세력, 기득권 세력까지도 끌어 들이는 포용정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가진자와 못가진자, 우리편과 반대편을 극단적으로는 양분하는 적폐청산에 함몰되면서 포용적 정치는 자취를 감췄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부를 창출하고 있는 기업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한 데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적폐세력으로 몰린 대기업, 재벌 기업인들은 과거보다 더 옴짝달싹 못하게 묶여 있다. 수출 호황으로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한 대기업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규제와 족쇄 때문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고,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 최저임금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소득 하위 계층의 고용과 소득이 위축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추진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국가경제의 중심축인 기업과 기업인을 적폐로 몰아 부치는 상황에서, 경제 후퇴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어느 대기업, 어느 기업인이 적폐청산 세력으로 취급받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겠는가.

적폐청산 정책의 실패, 경기후퇴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지난 5월 83%를 최고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최근에는 49%까지 떨어졌다. 특히 집권 2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직도 적폐청산에 '올인' 하면서 국민들의 피로도도 가중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이 금융위기 이후 움츠렸던 기지개를 펴고, 경제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경제의 주축인 기업을 살리기 위해 파격적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과감한 규제혁신으로 시장과 일자리를 늘려주고 있다. 세계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에서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올라선 반면, 유독 우리나라만 저성장에 역대 최악의 고용률로 신음하고 있다.

이런때 일수록 각 경제주체간에 '경제협치'가 절실하다. 정부는 기업들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과감히 규제를 풀고, 기업들도 정부를 믿고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에 나서야 한다. 경제협치를 위한 첫 단추는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을 적폐로 규정하던 기조를 폐기하고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당장 폐지돼야 마땅하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ks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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