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위장전입`… 인사검증 잣대 흔들

힘 빠진 `위장전입`… 인사검증 잣대 흔들
이호승 기자   yos547@dt.co.kr |   입력: 2018-09-11 14:34
후보자 대부분 무리없이 임명
여야 바뀌면서 입장도 달라져
힘 빠진 `위장전입`… 인사검증 잣대 흔들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이호승 기자]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 잣대가 흔들리고 있다. '위장전입' 논란이 대표적이다.

국회는 지난 10일부터 약 2주에 걸쳐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6명, 장관 후보자 5명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10일 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11일 이은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이 쟁점이 됐다. 11명 중 위장전입 의혹이 있거나 위장전입 사실이 밝혀진 후보자만 5명에 달한다.

11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은 7번에 달하는 위장전입 의혹이 있다며 이 후보자를 몰아세웠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투기나 자녀의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이 아니라며 방어막을 쳤다.

대부분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위장전입이 문제가 돼 낙마한 사례는 흔치 않다.

김대중 정부 때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자와 노무현 정부 때 이헌재 경제부총리 후보자, 이명박 정부 때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박근혜 정부 때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 등에 불과하다. 위장전입 논란이 불거졌던 대부분의 후보자는 큰 무리 없이 임명됐다.

위장전입이 결정적인 결격 사유로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은 국회가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크다.

여야가 바뀌면서 위장전입에 대한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위장전입 논란이 벌어지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은 위장전입 정권"이라고 정부를 공격했다. 반면 당시 한나라당은 "후보자가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해 문제 될 게 없다", "투기 목적의 위장전입이 아닌 만큼 야당의 사퇴요구는 어불성설"이라고 후보자들을 옹호했다.

박근혜 정부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2015년 3월 9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황주홍 의원은 장상·장대환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 사례를 들어 "두 명 모두 위장전입이 문제가 돼 낙마했다"며 "(위장전입) 처벌규정은 징역 3년 이하"라고 말했다.

같은 날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내 자식이 귀해서 위장전입을 하면 남의 아이는 안 귀한 것인가"라며 "이런 분들이 장관으로 내정 받아 청문회 자리에 온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슬픈 현상"이라고 했다.

11일 이은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공수가 바뀌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후보자는 (본회의) 투표를 거칠 필요가 없는 분이다. 대법원 인사기준에 위장전입 기준이 있다면 대법원의 실수나 방조다. 그러면 철회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호승기자 yos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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