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데이터경제 성장공식

[DT현장] 데이터경제 성장공식
안경애 기자   naturean@dt.co.kr |   입력: 2018-09-10 18:08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DT현장] 데이터경제 성장공식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흩어져 있던 금융데이터를 모으니 과거에는 없던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이제 금융업을 넘어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레이니스트 김태훈 대표의 말이다. 2년 전 10명 남짓이던 이 회사의 직원은 60명 규모로 늘었다. 카드사,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 쌓인 개인 금융데이터를 이용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자리 잡은 덕분이다. 가입자들은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던 PB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한다.

입소문을 타면서 월실사용자수(MAU)가 130만을 넘어섰다. 이용자들은 최적의 조건으로 카드발급이나 대출을 받고, 미처 챙기지 못했던 신용도도 관리한다. 회사는 금융사에서 타깃마케팅의 대가를 받는다. 데이터를 매개로 모두가 플러스가 되는 공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레이니스트는 데이터를 이용해 사업기회를 만드는 많은 기업 중 하나다. 데이터 기업들은 곳곳에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함으로써 기존 산업을 재해석하고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다.

기존 기업들 역시 업종에 상관없이 숙명처럼 '데이터경영'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데이터는 21세기 글로벌 산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우리 정부도 내년에 데이터와 AI(인공지능)에 1조 이상을 투입해 데이터경제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개인정보와 클라우드 규제를 풀어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출발이 늦다 보니 급한 마음이 든다.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오랜 기간의 투자와 경험을 통해 멀찍이 앞서가는데 우리 사회는 데이터를 다루는 일에 아직 익숙지 않다. 어떻게 만들고 나눌 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부족하다.

경험의 기간도 짧다. 개인정보보호 규제 논란이 데이터 이슈의 블랙홀 역할을 한 영향이 크다. 데이터의 주인이 소유자인지, 저장한 사람인지, 분야별 데이터 관리권한은 어떤 기관이 어느 정도까지 가지는지, 기업이나 기관간 데이터 연계 시 원칙이 무엇인지 등 정리해야 할 이슈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데이터 표준화 전략도 부족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사람을 구하는 게 무엇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최근 만난 데이터 기업 대표들은 실력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채용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데이터에 돈을 지불하는 곳이 많지 않다 보니 기업들이 크지 못하고, 이것이 인재 확보를 힘들게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가 예산항목에는 데이터 구매 관련 항목이 없다. 그렇다 보니 하드웨어를 구매하면서 데이터를 끼워서 사거나 개발용역 등에 포함시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공공데이터를 개방해서 기업들에 활용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만든 데이터를 제 값을 주고 사서 시장을 만들어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의료, 복지 등 전 국민이 대상이면서 생태계가 복잡한 영역은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는 단일 산업군 중 가장 규모가 크면서도 데이터경제의 효과가 큰 분야다.

세계 의료산업은 연 5조2000억 달러 규모로 통신, 자동차, 금융 세 가지 산업을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의료데이터는 의료서비스, 의료기기, 신약개발 등에 폭넓게 쓰이는 만큼 시장성도 막대하다. 고령화가 가져올 기회도 크다.

데이터는 단순히 IT 결과물이 아니라 한 집단의 경험과 지식의 축적이다. 거기에 외부와의 협업과 연계가 더해지면 데이터 양과 정밀도, 파괴력이 점프한다. 업종을 넘나드는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 뒤에는 데이터전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 숨어있다. 향신료와 자원을 얻기 위해 신대륙을 찾아 나서고 전쟁까지 불사했던 이들의 치열함을 방불케 한다.

데이터경제는 인내심을 갖고 경험과 축적을 해나가는 기업들이 만들어낸다. 여기에 데이터를 통한 협업, 데이터 공유를 통한 가치창출 능력까지 갖추면 산업 전체를 주도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제 데이터에 눈을 뜨고 체계적인 경험을 시작하는 단계다.

공공 영역은 데이터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조직을 갖추는 일부터 해야 한다. 양 영역 간의 시간차는 공공이 민간에 많은 것을 개방하고 협업하면 뛰어넘을 수 있다.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절망적이지 않다. 우선 각 산업 정책과 규제를 쥔 정부부처들부터 데이터 전략을 짜야 한다. 정부 내 데이터 전문가를 확보하고 각 산업정책 안에 데이터 정책을 포함시키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사슬이 복잡하지만 잘 이으면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데이터경제의 성장공식을 차분히 실천에 옮길 때다.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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