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포럼] 인터넷 규제, 행정便宜 아닌 실효에 맞춰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9/2018091002102269640001[1].jpg "[포럼] 인터넷 규제, 행정便宜 아닌 실효에 맞춰야")
인터넷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어서 커뮤니티를 활용한 정치인과 정당의 활동이 무척 활발하다. 이러한 활동의 원리는 커뮤니티의 작은 게시글 한 개가 이슈가 되면 많은 댓글이 달리고 이어서 게시글의 위치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공유가 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포털 서비스의 실시간 검색어에 노출되고 있어서 대량의 포털 사용자의 접근이 일어나면서 인터넷 상에서 거의 확실한 사실로서 자리잡게 된다. 이어서 이러한 콘텐츠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면 다른 인터넷 매체에서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 결국 진실로서 정착하게 되어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커뮤니티가 잘못된 내용에 대하여 자정 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인터넷 이용자들의 기본 속성이 해당 커뮤니티와 반대의견을 제시하면 사건 당사자나 댓글 아르바이트로 몰아 가는 경향이 있고 이미 구성원의 편향성으로 인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서 스스로 바로잡기는 무척 어렵고 이를 대표적으로 반증한 것이 240번 버스 사건이다. 최근에 유명입시 학원의 수능강사가 댓글 아르바이트를 동원하여 인터넷 여론을 조작 했다는 주장이 유명 팟캐스트에 방송이 되었고 해당 강사가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유투브 채널을 통하여 명예훼손 했다며 항의를 하였다. 이 방송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이미 커뮤니티를 활용한 여론의 조작은 일반화 되어 있고 매우 치밀하게 계획되어 장기간에 걸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관련 기업과 업무 종사자가 전문화 되어 있으며 이를 활용한 시장의 왜곡이 빈번함을 엿볼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댓글 실명제라든지 국가가 직접 댓글을 삭제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직접 규제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충분히 논의했는지 궁금하다. 특히 몇가지 이유에서 발의된 법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첫째, 규제의 편의성과 효과성 때문에 주요 대형 사업자를 통해 규제가 행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생태계의 정보 전달 과정을 살펴보면 정보의 생성은 커뮤니티에서부터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한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한 곳을 억제하면 다른 통로를 활용하게 된다. 원천 사업자를 규제하면 효과가 좋으나 소라넷 사건처럼 서버와 운영자가 해외에 있을 경우에 통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대형 포털 사업자에게 효과 낮은 장치의 운영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둘째,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토종 사업자 간의 역차별이 발생한다. 현재의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규제의 사례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수차례 지적이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과거 유투브 업로드 통제 시 국가 설정 변경으로 무산된 경우와 최근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지도 사용에 대한 제한 등이 있었다. 결국 해외의 글로벌 사업자에게는 효과가 미미하지만 손이 닿기 쉬운 국내 사업자에게는 비용은 물론이고 사업 전개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국내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용 행태와 문화가 훼손될 수 있다. 국내 인터넷의 문화는 1990년대 말부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와 좌절이 있었고 그 시대의 흐름에서 활성화 되고 쇠퇴하며 재탄생 하였다. 그 결과로써 지금의 커뮤니티 문화가 정착 되었으며 전세계 어떤 나라와도 다른 형태로 시민의 삶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일부를 규제의 칼로 도려내는 행위가 전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고 혹시라도 개방된 사회에서 소외되어 움성화 될까 걱정이 앞선다. 한마디로 규제는 좋은 콘텐츠와 나쁜 콘텐츠를 가리지 않고 영향을 끼칠 것이며 이로 인하여 간신히 형성된 인터넷 환경의 잠재성이 위축될 것임에 분명하다.
넷째, 규제 대상을 식별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 법을 집행하는 규제자에게 행정편이성 측면에서 결국 기준을 마련 하겠지만 그 잣대의 주변에서 모호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불안감으로 사업자는 과감한 투자를 하기 어려워진다.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인터넷 서비스와 콘텐츠의 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법제도의 현실에 대한 반응 속도는 너무 느리다.
다섯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업자 대부분에게 비용으로 작용하며 규제에서 벗어난 해외 사업자와 기초 경쟁에서 뒤처지는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만약 해외 사업자에게도 동일한 규제가 가능하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규제로 인한 효과성 마저 낮다면 이는 온전히 사업자의 이익을 낮추는 원인이 되어 토종 국내 사업자에게는 진입과 경쟁에서 불리함을 줄 것이다.
법안을 입안하고 행정을 집행할 때 그 현장에 대한 탐방과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 인터넷 관련 규제 논의를 하기 전에 먼저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댓글을 눈요기라도 하면서 그 생태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자들과 함께 카메라를 앞세우고 민생현장을 탐방하는 입법, 행정의 리더들이 사이버 세상도 탐방을 하며 그 안에 가득한 소시민의 삶을 공감하고 이해할 때 보다 실효적이며 시장의 원리를 존중하는 조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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