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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이완용式 화웨이 장비도입 논리

이경탁 ICT과학부 블록체인팀장 

이경탁 기자 kt87@dt.co.kr | 입력: 2018-09-04 18:30
[2018년 09월 05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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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이완용式 화웨이 장비도입 논리
이경탁 ICT과학부 블록체인팀장

화웨이 5G 장비 도입이 뜨거운 감자다. 값싼 가격의 화웨이 장비는 기업 입장에서 달콤한 꿀떡 같지만 그 꿀의 진짜 성분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그렇다고 저렴한 것도 아니다. 유지보수 비용 등 뒷감당해야 할 부분은 더 커질 수 있다. 가장 큰 것이 보안이다. '백도어'를 통해 국민들의 개인정보 유출과 함께 국가 안보까지 장담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화웨이 장비 이슈를 보며 100여 년 전 조선과 대한제국의 멸망이 떠오른다면 과도한 억측일까?

모든 상황이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대적 차이를 감안하면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운요호 사건 등 일제의 군사 시위에 고종과 조선 조정은 강화도 조약을 체결한다. 이는 일제와 불평등 외교의 시작으로 이후 조선은 일제에 자원채굴권 등 주권을 찬탈당하며 결국 멸망에 이른다. 군사적 침략보다는 경제적으로 종속되며 망국에 이른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소위 'G2'로 부상한 중국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중국어선들이 한국영해에 들어와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해도 매번 상징적인 항의가 전부다. 특히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그 정도가 심해졌다. 한류 금지와 함께 한국기업들의 진출과 영업을 막고, 최근에는 베이징 시내의 삼성, 현대기아차 등 한국 대기업들의 간판을 무단으로 대거 철거했다. 계약 기간이 5년 이상 남았음에도 말이다.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것으로, 공부 좀 했다는 중국인들 모두 공통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국과 북조선(북한) 모두 언젠가는 다시 중화제국의 품으로 들어와야 할 변방 소국이라는 논리다. 신라와 백제, 고구려로부터 조공을 받았다는 기록이 닮긴 일본서기를 바탕으로 한 일제의 정한론과 소름끼치게 닮아 있다. 중국 동북공정의 궁극적 목표 자체도 소수민족 단합과 함께 한반도의 '동북 4성화'라는 것도 중국 내에서 수차례 들었다.

사실상 국영기업과도 다를 바 없는 화웨이의 5G 장비를 국내 통신 3사 기업들은 고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통신주권은 19세기 외교권, 군사권까지 와도 비교될 만큼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5G는 AI(인공지능),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VR(가상현실) 등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구현하는 기둥과도 같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태생부터 인민해방군 통신장교출신인 런정페이가 설립한 기업으로 '중화민족을 위한다'라는 뜻과 목표를 지녔다. 순환 CEO 제도를 운영하고, 겉으로는 종업원 지주제지만, 실제 지배 구조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중국공산당의 당위원회가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만 공공연히 알려져있을 뿐이다. 이에 화웨이는 민간전자기업의 탈을 쓴 중국 정부의 최전선 사이버 부대라는 비판까지 받는다.

러시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랩의 행보와도 대비된다. 러시아 정부와의 유착설에 휘말린 카스퍼스키랩은이 데이터 보관 장소를 러시아에서 스위스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고객 데이터 저장·처리를 비롯한 중요 업무를 러시아가 아닌 대표적 중립국인 스위스에서 진행해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화웨이는 "보안에 관해 문제가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논리만 앵무새처럼 펼치고 있다.

중국과 화웨이가 과연 5G 장비공급에서만 만족하고 끝내지는 않을 것이다. 식민지로 전락한 모든 국가들은 국가의 주요 인프라 기술과 장비를 제공 받는 것부터 시작했다. 통신 핵심 장비 공급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IT, 첨단 산업을 조금씩 장악해 나가려 할 것이다. 이미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모두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했거나 규제를 검토 중에 있다.

화웨이 장비 도입이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단순히 백도어를 통한 보안 논란을 넘어 국제정치적 안보 문제로 발전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5G 망에까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이아몬드 동맹라인에서 영원히 배제될 가능성까지 감안해야한다. 그러나 정부는 다른 선진국들과 국가와 달리 중국 눈치를 보며 통신사들에게 화웨이 장비 배제를 간접적으로 당부한 정도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7월 통신 3사 CEO 간담회에서 "통신 3사가 1등 경쟁을 하다 보면 자칫 왜곡될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최초 경쟁을 지양해 주시고, 5G는 대한민국이 세계최초로 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공식 석상에서 밝혔다.

국내 통신 3사가 5G망을 빠르게 구축하려는 강박증이 커 화웨이 장비를 도입에 대한 욕구가 큰 것을 이해하나 이를 다시 한번 재고해달라는 것으로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 3사도 같은 날 5G 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화웨이를 배제하면 중국의 경제 보복이 우려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보복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여러 열강과의 협상에서 일본을 배제하면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한 이완용의 논리와도 같다.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연나라에서 건너온 듬직한 장수 위만에게 국경을 맡겼으나 뒤통수를 맞아 결국 멸망에 이른 고조선의 준왕, '목마' 하나로 스파르타로부터 멸망에 이른 트로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와 통신 3사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해본다.

이경탁기자 kt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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