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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데스크] 보이는 것과 보고 싶은 것

이근형 정치국제부장 

이근형 기자 rilla@dt.co.kr | 입력: 2018-09-02 18:14
[2018년 09월 03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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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데스크] 보이는 것과 보고 싶은 것
이근형 정치국제부장


세상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뤄져 있다. 볼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존재하는 것은 빛을 통해 볼 수 있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프리즘을 이용해 만들었던 스펙트럼이 빛이다. 태양 백색광이 프리즘을 통과한 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띠를 만든다. 눈으로 볼 수 있어 가시광선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시광선은 빛의 극히 일부다.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더 넓은 빛의 영역이 있다. 보라 옆으로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이 펼쳐지고, 빨강 위로는 적외선과 전파가 넓게 늘어서 있다.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빛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인간은 못 보는 자외선을 호박벌은 느낀다. 방울뱀은 적외선을 감지한다. 전파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을 바꿨다. 세상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훨씬 더 많고 넓다. 인간은 눈의 한계로 인해 가시광선만 볼 뿐이다.그마저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나머지는 애써 외면한다. 의식을 가진 인간만의 특징이다. 두 사람이 똑같은 사물을 봐도 다르게 인식하는 이유다. 왜곡된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기도 한다.

이런 왜곡이 심한 분야가 정치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고 필요하거나 유리한 부분만 확대해서 본다. 불리하면 시야에서 치워버린다. 정치가 주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도 그렇게 보곤 한다는 점이다. 경제는 실물이 존재한다. 숫자로 표기할 수 있다. 해석이야 자유롭다지만, 데이터만큼은 변질·왜곡해서는 안 된다. 최근 통계청장 교체 문제로 정치권이 뜨겁다. 야당은 경제 실정을 감추려고 통계 조작을 위해 청장을 바꾼 것 아니냐며 연일 맹공이다. 통계청 노조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체된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나는 말을 잘 안 듣는 사람"이라는 발언을 한 것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청와대는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오비이락'이라 군색하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이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집권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각종 경제지표가 뒷걸음치면서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정책 폐기론이 안팎에서 거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며 애써 이를 외면했다. 지난달 단행한 청와대 비서진 개편과 정부 개각에서도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질 요구에도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유임시켰다.

지표는 거꾸로 가는데, 더 힘을 내라니 옹고집이다. 지난 7월 취업자 증가 수가 5000명에 그쳤다. 농가 취업을 빼면 7만명 이상 줄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거의 매달 '고용 쇼크'다.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마다 역효과를 내고 있다. 소득 양극화도 심해졌다. 2분기 저소득층 소득은 2.1% 줄어 역대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반면 최상위층은 소득이 10.3% 증가해 역대 최대로 늘었다.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분배지표는 2008년 이래 최악이다.

국회에 출석한 청와대 비서진들은 이런 상황이 전 정권의 책임이란다. 일부 그런 측면이 있겠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지금의 문제를 전 정권에 돌리려면 왜 집권했나. 자격 미달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현 상황을 직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듯하다. 보고 싶지 않은 것에는 눈을 감아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최악의 경제지표를 세금으로 막으려고 예산만 잔뜩 늘렸다. 또 다른 폭탄 돌리기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있는 경제지표라도 제대로 보길 바랄 뿐이다.

이근형 정치국제부장 r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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