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사실상 대출길 막혀
高 DSR 100%→ 80% 추진
제도도입땐 대출 더 어려워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현실
高 DSR 100%→ 80% 추진
제도도입땐 대출 더 어려워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현실
`신용불량` 내몰리는 저소득층
"고객님, 기존에 있던 대출이 너무 많으셔서 추가로 대출을 해드릴 수가 없어요."
지난 31일 오후 한 은행 지점. 창구 직원이 고객을 앞에 두고 난감한 듯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고객은 당황한 듯 "대출이 정말 안되냐"고 재차 물었으나, 돌아온 것은 대출한도가 꽉 차 불가능하다는 대답뿐이었다.
감독 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고 나서면서 자금시장에서 '저소득층의 소외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지난 3월 시중은행에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할부금 등 개인이 1년간 갚아야 할 모든 부채의 원리금으로, 대부분 시중은행은 DSR 100%를 고(高) DSR로 정해 이를 넘어가는 대출은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신협,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도 DSR이 도입됐고, 오는 10월부터는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 등 2금융권에도 DSR이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시행 중인 고 DSR 기준을 100%에서 80%로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더 강화된 DSR 규제가 관리지표로 도입되면 앞으로 가계대출을 받기는 더 어려워진다.
문제는 저소득층이다. 은행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DSR 규제가 시행되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저소득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상환능력이 부족한 저소득층은 연체율은 상승하고 파산에 이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올 1분기 소득 4000만원 이상 중·고소득층에 대한 신규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모두 1000억원 이상 늘었지만, 소득 2000만원 미만 저소득층에 대한 신규 신용대출은 1000억원 가량 줄었다. 1분기 저소득층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보다 0.06%포인트 상승한 0.42%를 기록했다. 저소득층이 돈을 빌리기 어렵고, 갚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고금리대출에 대해 강하게 규제하면서 저소득·저신용자에게도 저금리대출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타산이 맞지 않아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분들은 대부업체를 가도 저축은행과 법정 최고금리가 같아 대출받기가 어렵다"며 "여기에 대출총량 규제까지 시행되면 저소득·저신용자는 정책금융상품이 구제해주지 않을 경우 불법사채시장으로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이 대출절벽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정책금융상품을 통한 지원·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떨어진 대부업체들도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신규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서면 생계형 대출자들이 사채시장으로 빠질 수 밖에 없다"며 "이들이 파산에 이르지 않도록 생계형 목적의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미세한 대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가계부채 속도를 확실히 줄이겠다고 한 상황인만큼 이로 인해 악영향을 받는 사람은 반드시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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