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포럼] 시장 逆行 정책으론 미래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3002102369640002[1].jpg "[포럼] 시장 逆行 정책으론 미래 없다")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을 바라보면서 권력이 대통령에게만 집중되는 권력구조의 폐해를 다시금 확인하였다. 5년 단임의 권력을 독점한 대통령·여당은 집권 초반의 성과내기에 집착해 무리한 정책과 코드인사에 매달리고 있다. 반면 야당은 비난의 포화를 대통령에 집중하며 대안 없는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대통령 흠집 내기에만 몰두한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는 사라지고 권력을 독단적으로 행사하는 청와대·여당과 권력에서 소외된 야당의 벼랑 끝 대치구도만이 남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 집착하며 성과조급주의에 몰린 것은 대통령의 임기 중반인 3년차가 가시적인 정책성과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한계를 잘 알기 때문이다. 야당이 소득주도성장을 '괴물' '불장난' '세금중독' 등의 단어로 아무리 과격하게 비난해도 수정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 물론 스스로의 정책에 대한 확신이 깔려 있겠지만 집권 2년차에 정치적으로 밀리면 지지율 하락과 함께 이른 권력누수현상이 나타나 또 다시 불행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국가주도형' 국정운영은 아무리 명분이 있더라도 국가가 시장과 시민을 인위적으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 과거 군사권위주의 정권에서의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는 경제발전을 위해 시장과 시민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명분과 수단이 존재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소셜 네트워크로 무장한 개인을 국가는 절대로 통제할 수 없고,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자본과 노동의 관계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시장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국가는 거대한 권력을 갖고 있지만 개인과 시장의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정책 역주행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국정운영에서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분배에 대한 경도(傾倒)는 경제정책을 정치논리에 매몰시킬 우려가 있다. 사회적 분배를 위한 최저임금인상이 고용의 악화와 소득양극화를 초래한 주범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시장의 자율 작동을 거스르는 분배정책은 정치쟁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 470조5천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슈퍼 예산이 일자리와 복지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보다 사회적 부의 재분배에 과도하게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년세대가 암울한 현실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처방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어떠한 정책도 완벽할 수 없기에 시급한 것은 시민사회와 경제사회는 물론 정치사회의 야당과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권한과 책임을 함께하려는 인식이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 증후군'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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