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실장 간담회 발언에 쓴소리
"최저임금·정규직화 과속정책
일자리 감소·양극화 심화 초래"
청와대 "상시근로자 수 증가는
양질의 일자리 늘어났다는 뜻"
"최저임금·정규직화 과속정책
일자리 감소·양극화 심화 초래"
청와대 "상시근로자 수 증가는
양질의 일자리 늘어났다는 뜻"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 실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한 최근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디지털타임스 박미영 기자]청와대가 소득주도 성장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 카드를 뽑아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나섰다. 장 실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하자'가 없는 정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수정·보완 및 폐기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장 실장이 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 1월 최저임금 인상 후속대책 발표 이후 7개월 만이다. 고용지표는 악화하고 가계소득마저 양극화되는 등 소득주도성장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하자 이를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불화설에 이어 김 부총리의 사의설까지 제기된 것도 청와대로선 부담스런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실장의 이날 설명은 경제 전문가들과는 상당한 인식 차이를 보여 향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각종 경제지표 악화에 대한 청와대의 진단이 과거 정부나 대기업 책임론에 쏠려 있어 향후 정부의 대응책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장 "최저임금인상은 소득주도 아니다"=장 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오해' 불식에 주력했다. 다소 거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라 고용지표가 최악으로 나오자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말할 때 최저임금 인상 외에 정책 내용을 언급하는 걸 본적이 없다. 제대로 소득주도성장 대책 내용을 아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대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지표 하락의 기본 원인은 정부 정책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인 최저임금 급상승 부작용이 명백하게 나오고 있는데 대응 방안은 못 내놓고 정치적 선전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내놓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에 대해 "경제 주체 한쪽의 주머니에서 다른 주머니로 옮겨서 비용을 메우는 정책이 또 나올까 두렵다"고 말했다.
◇'아전인수격' 진단 되풀이=이날 장 실장은 경제지표 악화를 '과거 정부'와 '대기업' 탓으로 돌렸다. 장 실장은 "우리 경제의 현재 모습은 한 두 달 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면서 "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은 과거 압축성장 시대에 효용이 다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의 질 향상, 정규직 수 상승 등을 부각하며 고용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청와대는 고위 관계자는 "상시 근로자 수가 꾸준히 는다는 것은 일자리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올해 상반기 수출이 지난해보다 6.3% 증가한 것도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또 분배 악화와 관련해서는 "그래서 더 소득주도 성장이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제 시작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정책 효과는 최소 2~3분기가 지나 서서히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아전인수식' 진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앞으로 내놓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정부는 할 것을 다했다. 재정 지출 외에 뭘 더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의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도 정작 재정지출은 일자리와 자영업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조차도 "예산 투입에 따른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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