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데스크] 규제혁신에 승부를 걸라

[DT데스크] 규제혁신에 승부를 걸라
김광태 기자   ktkim@dt.co.kr |   입력: 2018-08-23 18:00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DT데스크] 규제혁신에 승부를 걸라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혁신!, 성장!"

지난 6일 1년만에 삼성 평택반도체공장에서 다시 만난 김동연 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날 만남을 마무리하는 구호치곤 힘이 없고 맥이 풀렸다. 당초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기고 3시간 30분 동안 만남은 이어졌다. 분위기는 상당히 훈훈했다. 그러나 딴지거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운신은 자유롭지 못했다. 기업과 정부간 최근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국경제 상황이 긴박하다. 각종 경제수치는 빨간불이다. 일자리 창출을 외쳤지만 영 신통치 않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5000명 증가에 그쳤다. 그러니 또 대규모 국민 혈세를 투입할 모양이다. KDI의 8월 경기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경제성장률은 정부 전망치(3.0%)보다 낮은 2.8%로 예상됐다. 갈수록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로 들린다. 골드만삭스가 당초 2.5%에서 3.15%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미국 경제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최근 한국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각종 위기의 중심엔 규제가 자리잡고 있다. 규제는 차고도 넘친다. 각종 행정적, 사회적, 경제적 규제가 널려있다. 이에 더해 '공익'을 목적으로 기업의 진입과 거래는 물론 가격과 품질을 통제하는 기업규제는 세계 최고로 알려져 있다. 사방이 규제의 벽이다. 숨이 찰 정도다.

한 예를 들어본다. 한국은 복합쇼핑몰에 대해 월 2회 의무 휴업을 추진하고 심지어 편의점 출점마저 까다롭다. 반면 일본은 시장의 자율 경쟁에 맡겨 모든 유통 주체들이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독일은 어떤가. 베를린엔 세계 첫 오프라인 가상화폐 결제 가게인 '룸77'이 있다. 독일 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의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금지 대신 제도권 편입을 통한 관리를 택했다. 실제 독일은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를 가장 먼저 만든 국가다. 거래소 사업자는 사업 계획과 평가자료 등을 연방금융감독원에 제출하면 된다. 그 뿐이다. 참 편리한 시스템이다.

한국 상황을 비웃듯 애플은 시총 1조달러마저 넘어버렸다. 네덜란드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아르헨티나의 GDP를 합친 것보다 크다. 삼성의 2.5배 수준이다. 또 디즈니와 넷플릭스를 인수하고도 남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감세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기업과 정부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간 결과다.

규제혁신으로 변신에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가 부럽기만 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정부의 규제혁신 약속 이행 속도는 체감하기 힘들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규제하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 이제서야 나왔을 뿐이다. 이마저도 일각에선 "실제 얻을 수 있는 실익도 없다"고 반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규제혁신으로 경제 성장의 드라이브를 걸어야하는 지금, 당국은 한가하게만 보인다. '소득주도 성장' 컨트롤타워를 놓고 '장앤김이냐, 김앤장이냐'하는 자조 섞인 농담마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어중간한 조치는 취하지 마라.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 사회과학의 아버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난세를 극복하는 리더십을 이렇게 제시했다. 그는 이런 말도 남겼다. "도덕적이며 온화하고 정의로웠던 지도자들이 몰락하기 쉽다." 지금은 강단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원칙있는 실용주의로 운전대를 돌려야 한다. 문 대통령도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강조하지 않았던가. 꽉 막힌 규제가 풀려야 일자리가 살아난다. 서로 충돌하는 작은 공약들에 구애받지 말고 과감한 규제혁신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규제혁신에 머뭇거리다간 일자리 창출도 혁신성장도 신기루에 그칠 뿐이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k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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