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가능
"담합, 경제연구 필요한 부분인데…
검찰·공정위 이중수사 우려도"
"담합, 경제연구 필요한 부분인데…
검찰·공정위 이중수사 우려도"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전속고발권 폐지 재계 반응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 간 신경전이 오가던 전속고발권이 결국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자진신고자에 대한 형사처벌 면책 결정, 이중 수사 등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처벌 조항이 강해진데다 검찰의 수사망에 직접적으로 들어오면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21일 공정위와 법무부가 합의한 전속고발권 폐지의 골자는 검찰이 수사권을 쥐게 됐다는 점이다. 담합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을 위한 정보에도 검찰이 접근할 수 있게 된 데다 자진신고자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도 검찰이 결정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지금까지 공정위가 수사 독점권을 쥐고 기업에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가며 길들이기를 해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내려놓으면서 검찰과 신경전에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여전히 두 기관 간 분위기는 살얼음을 걷고 있다. 최근 검찰은 공정위 퇴직자들이 재취업을 위해 민간기업 16곳을 압박했다는 혐의로 공정위 전·현직 간부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런 가운데 전속고발권 폐지 발표는 검찰 권한 강화로 읽힌다.
리니언시 결정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자진신고제도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행정처분은 공정위 처분이 끝나는 시점에서 면제되지만 형사처분은 검찰 수사와 기소, 법원 확정판결까지 가야 면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자진신고자에 대해 자체적으로 형사 처벌을 감면해왔지만 이 권한이 검찰로 넘어간 이상 자진신고자에게도 부담이 생긴다.
또 자진신고자에 대한 형사 면책 판단에 대해서도 이번 합의문은 '공정위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라고 적어 기준이 모호하다. 사실상 검찰은 리니언시에 대한 공정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검찰의 직접적인 수사를 받게 돼 부담이 커졌다. 검찰은 공정위와 달리 압수수색이라는 강제 수사권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검찰과 공정위 양측으로부터 이중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담합은 시장이나 물품 획정 등에 대한 경제적 연구가 필요한 분야로 단순한 영역이 아니다"며 "이런 역할을 공정위에게 맡긴 것인데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은 공정위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법령이 나와야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공정위와 검찰이 이중 수사를 할 우려도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정이 있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리니언시로 형사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등 구체적이고 확실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현재 공정위와 검찰 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기업이 중간에 낀 모양새"라며 "담합 수사권이 검찰로 확대된 만큼 기업의 입장도 들을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양 기관의 이중 조사로 기업 부담이 가중될 우려를 막기 위해 자진신고 사건은 공정위가 우선 조사하고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거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에 한해서 사법당국이 우선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중 조사로 인해 기업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 내용 중 공정거래법 개정 사항은 올해 국회에 제출 예정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또 공정위와 법무부는 신속한 법개정과 하위규정 개정 및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후속조치 이행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조은애기자 euna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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