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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데스크] 문제는 시장이야!

박선호 금융정책부장 

박선호 기자 shpark@dt.co.kr | 입력: 2018-08-19 18:00
[2018년 08월 20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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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데스크] 문제는 시장이야!
박선호 금융정책부장

'우유가 비싸다. 많은 이들이 마시고 싶어도 돈이 없어 마시지 못한다. 어떻게 할까?' 간단한 방법이 둘이 있다. 하나는 우유 값을 반으로 깎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많은 이들의 월급을 배로 올려주는 것이다.참 쉽네, 그래도 생각해보면 둘 중에 우유 값을 반으로 깎는 게 더 쉽다. 많은 이의 월급을 올려주려면 어디선가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유 값을 반으로 깎았다. 자 모두가 행복해졌을까? 답은 "아니올시다"다. 역사가 보여준다. '반값 우유'는 1793년 프랑스 혁명에 성공한 로베스피에르가 펼친 대표적인 인기 정책이었다. 또 그의 혁명을 실패로 몬 정책이기도 하다. 실패의 이유는 간단했다.

우유는 젖소 농가가 생산을 해 시장에 공급한다. 소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공급량이 부족한 데 많은 사람이 찾으면 가격은 올라가고, 공급량은 많은 데 찾는 사람이 적으면 가격을 폭락을 한다. 로베스피에르는 이 시장 메커니즘을 무시했다. 반값만 받도록 해 우유를 팔아봐야 손해가 나도록 한 것이다. 젖소 농가의 판단은 간단했다. 우유 대신 젖소를 도살해 고기를 내다 팔았다. 사료값도 줄이고 고기로 돈도 버는 '일석이조'의 방법을 택한 것이다.

정상적인 시장이었다면 결코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젖소는 우유 판매를 통한 장기적인 수익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젖소 농가의 현명(?)한 선택으로 당시 프랑스인들은 행복하게 우유를 마시게 된 게 아니라 아예 우유의 '우' 자도 못보게 됐다. 혼란은 민심을 건드렸고, 로베스피에르의 혁명도 그리 몰락을 했다.

이제 2018년, 우리의 이야기다. 어찌 역사의 잘못을 되풀이하랴. '반값 우유' 대신 월급을 올렸다. 우유 뿐 아니라 전반적 소비를 높여 성장을 가져오도록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다. 자 그럼 모두 행복하게 우유를 마시게 됐을까?

답은 간단치 않다. 솔직히 "아직은 모른다"가 정답이다. 그러나 분명 우려는 크다. 당장 편의점 등 자영업자, 소상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유는 프랑스 젖소 농가와 같다. 직원을 고용해 가게를 운영하느니, 문을 닫는 게 낫다는 것이다. 역시 고용 시장이라는 메카니즘을 무시해 나온 현상이다. 지난 16일 정부가 '자영업자 세무조사 면제' 카드까지 꺼냈지만 '땜빵 처방'일 뿐,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가게를 문 닫는 것과 젖소를 도살하는 것은 그 후폭풍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젖소를 도살하면 고기라도 팔지만, 한 명의 자영업자가 생업은 접으면 그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는다. 혹 머리를 깎고 시위에 나서는 자영업자를 보면서 "2년 연속 올려 이제 겨우 8350원 인데 …."라고 하는 이가 있을 수 있겠다. 또 "최저임금을 올린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도 있겠다.

여기에 1950년대 중국의 마오쩌둥이 주는 교훈이 있다. 당시 중국은 경제적 후원자이자, 공산주의 태두였던 소련과 사이가 벌어진다. 혁명으로 잘 사는 사회를 약속했던 마오쩌둥은 조급해졌다. 단숨에 농경사회였던 중국을 "중공업 국가로 바꾸겠다"며 '대약진 운동'을 벌인다. 소련이 기술 지원을 하지 않아 철광석 채굴이 어렵자 집집마다 가지고 있던 농기구 등을 녹여 철을 만들겠다고 나선다.

결과는 처참했다. 농가 뒤뜰에 고로를 만들어 농기구를 녹여 만든 철은 불순물이 많아 경제 가치가 없었고, 농기구마저 잃은 농민들은 농사를 못 지어 굶어 죽었다. 비공식 자료에는 이 시기 죽은 중국인 수가 항일전쟁으로 죽은 수보다 많다고까지 한다.

물론 우리와 중국은 다르다. 그럼에도 한 가지 교훈은 분명하다. 국민의 생계 문제는 "결코 실패가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생계의 문제는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하는 그런 실험이 아니다. '실패의 우려가 있는 큰 성공'보다 '초라할지라도 안전한 성공'이 더 낫다는 것이다. 실패하면 그 결과가 너무 처참하기 때문이다. 본래 "시장을 이길 정부는 없는 법"이다.

박선호 금융정책부장 s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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