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받고도 잇따라 발생
국토부, 엔진 결함 가능성 숨겨
벤츠 수입차 1위 굳히기 도입
중고차 시세도 열흘새 14.3% ↓
국토부, 엔진 결함 가능성 숨겨
벤츠 수입차 1위 굳히기 도입
중고차 시세도 열흘새 14.3% ↓
최근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BMW 차량에서 연기가 발생한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차주들의 '화차포비아'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사상 초유의 '운행정지' 처분도 차주와 소비자들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틈을 타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입차 시장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아우디폭스바겐도 2위 도약을 위해 판촉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름잡던 '명차' BMW의 이미지는 화재로 인해 바닥까지 떨어졌다. 영향은 중고차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화재 잡았더니 이제는 '연기' = 19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부산에서 BMW 차량에 또 연기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지난 16일 목요일 서울 광진구에서 발생한 연기 차량과 마찬가지로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이었다. 하루 건너 또다시 차량에서 연기가 발생한 것이다. 모두 BMW코리아가 긴급 안전진단 이후 운행에 문제가 없다던 차량이다. 회사 측은 현재 조사 중이라는 답변 외에는 아직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번 연기 사고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소방당국 등과 합동 조사를 벌인 결과 연기 발생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러는 사이 기존 차주와 국민들 불안은 증폭하고 있다. 차량 화재를 잡겠다고 나선 BMW코리아가 이제는 연기 잡기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 알고도 못 막았나?…'수수방관' 책임론 대두 = 안전진단을 받은 차들이 잇달아 연기 발생에 휘말리면서 BMW코리아가 실시 중인 안전진단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는 교통 당국인 국토부로도 직결된다. 사상 초유의 '운행정지'도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화재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6일 "BMW코리아는 지난달 25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제작결함시정계획'을 제출하면서 결함이 있는 장치를 배기가스 재순환장치로 지적하는 동시에 '엔진구조 자체'에도 결함이 존재한다고 보고했다"며 "국토부가 해당 내용을 보고받고도 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홍 의원실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다음날인 17일 BMW코리아가 차량 제작결함시정계획서를 최초 국토부에 보고할 때는 엔진구조 결함 사항을 포함했다가, 이후 엔진 언급 부분을 빼고 EGR 결함 사실로만 내용을 수정해 다시 국토부에 새로 제출했다고 재차 지적하기도 했다.
◇'어부지리' 벤츠코리아 1위 굳히기…아우디폭스바겐도 판매 재개 본격화 = BMW 차량이 잇단 구설에 휘말리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꿰차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질주를 이어갈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미 올 들어 7월까지 벤츠는 국내서 4만5784대를 팔아 BMW(3만8527대)를 앞서고 있다. 여기에 판매재개를 시작한 아우디폭스바겐이 파격적인 할인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아우디코리아는 준중형세단 A3를 3000여대에 한해 약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다. 폭스바겐 역시 파사트 TSI 1000대분에 대한 사전계약 접수를 받자마자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마비됐다. 폭스바겐은 매월 52만5000원을 내면 차량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판촉을 내놓았다.
◇'명차'는 옛말, 중고차 시장서도 찬밥 = 정부가 BMW 차량에 대한 운행중지 검토 발표 이후 온라인 경매에 나온 520d 중고차의 시세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차팔기 견적비교 서비스 '헤이딜러'가 회사 내 경매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520d의 평균 중고차 시세가 국토부의 운행중지 검토 발표 이전(7월 23일∼8월 4일) 2919만원에서 발표 후(8월 5∼15일) 2502만원으로 14.3% 하락했다.
화재사고 발생 전후(6월 18∼30일, 7월 23일∼8월 4일)로 520d의 중고차 시세는 2936만원에서 2919만원으로 0.6% 떨어지는 데 그쳤지만, 운행중지 발표 이후 열흘 만에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BMW 중고차 물량은 화재 사태를 계기로 3배 이상 늘었지만, 정작 딜러들의 매입 의사는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안전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BMW 중고차는 물론 신차까지도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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