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전능하신 `브루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1602102269607001[1].jpg "[시론] 전능하신 `브루스`")
문재인 정부의 정부 정책을 보면 2003년에 개봉된 '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짐 캐리(Jim Carrey)의 연기가 돋보인 한 편의 코메디물이다. 항상 신을 탓하던 주인공에게 신과 같은 전능한 힘이 부여된다. 이후 주인공은 자신의 힘을 믿고 사람들의 소원을 실현시켜준다. 그 과정에서 세상은 혼돈에 빠지고 모든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마침내 주인공은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게 된다.
모든 일을 자본의 탓, 재벌의 탓, 그리고 재벌을 옹호하는 정부의 탓이라 생각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경제 법칙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세상은 혼돈에 빠지게 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해괴한 논리는 일 년 만에 실상이 드러났다.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영업하고 있는 사람들도 내일이 불안하다. 자영업비서관이 새로 임명됐다.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빨리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던 분이라고 한다. 자영업과 관련된 정책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경기 침체로 비어 있는 사무실은 넘쳐 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지난 2분기 오피스 공실률은 13.2%로 증가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됐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한해 실시되고 있다. 신의 직장에 입사하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노동시장은 더 경직화하고 고용 창출은 어려워지고 있다. 어느새 '소득주도성장'이란 구호는 들어가고 '포용적 성장'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두 가지가 같은 뜻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포용적 성장은 모두가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다.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더 많은 소득을 보장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률이 하락하고 저학력, 일용직, 임시직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포용적 성장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소상공인을 위해 특정 업종에는 대기업의 영업을 제한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업업종 정책을 내놓았다. 멀쩡히 사업하는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금지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대기업이 사업하지 않는다고 그 혜택이 생계형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대형 쇼핑몰이 들어오면 사람들이 몰리고 주변 가게도 장사가 잘 되기 마련이다. 상생의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물건 잘 만들고 서비스가 좋은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포용적 성장인지 다시 묻고 싶다.
날씨가 더워 전기요금이 많이 나왔으니 요금을 깎아준다고 한다. 한국전력이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한국전력의 1년간 주가 수익률은 -30.9%이다. 이런저런 정책으로 전기요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다. 인상된 전기요금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정부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카드수수료를 깎아 준다고 한다. 카드 업계의 근로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이전 시켰다.
통신비가 높다고 하자 보편요금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보편요금제는 시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소비자에게 제일 사랑받는 사업자가 값싼 요금제를 제시하면 시장 지배력은 올라간다. 다른 통신사업자는 이용 고객의 수가 줄어들면서 비용 상승으로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시장지배력 사업자도 고품질의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 보다는 보편요금제에 치중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줄어들고 통신 산업의 발전은 요원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원가를 공개하고 원가에 따라 통신비를 규제하겠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정책이다. 가격으로 서로 경쟁해야 가격이 내려간다. 원가보상율 기반의 통신요금규제는 결국 국민에게 득이 아닌 실이 된다.
정부의 자의적 정책은 부작용만 낳고 있다.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수십조 원을 쓰고 있으나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산업은 사양화되고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 경제의 일자리 창출능력도 떨어졌다. 정부가 자의적 개입을 중단하고 경제 논리에 따른 합리적 정책을 실시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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