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부가 사상 초유의 '운행정지' 카드를 꺼내 들면서 BMW 차주들이 분주해졌다. 일단 국토교통부의 압박에 긴급 안전진단 참여 차주들이 늘어 표면적으로는 약발이 먹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주행 중 화재는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모델과 연식을 가리지 않고 차량이 불에 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와 BMW 측이 문제의 본질을 읽고 있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운행정지 '초강수' 압박…차주들 안전진단 받고 보자 =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4일 기준 안전진단을 완료한 차량은 8만741대로, 전체 결함시정(리콜) 대상 차량 10만6317대의 81.2%가 안전진단을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차량은 1만9276대다. 14일 당일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은 모두 7970대로, 전날(6883대)보다 1087대 많다. 운행중지 명령을 단행할 것이라는 정부 발표에 차량 안전점검을 미루던 차량 소유자들이 대거 진단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에도 7000∼8000대 차량이 안전진단을 받는다면 16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운행정지 협조 대상에 포함될 차량 수는 1만1000대 수준으로 줄어든다. 회사 측이 이후에도 계속 긴급 안전진단을 실시하면 실제 운행중지 조치를 받는 차량은 1만대 미만으로 줄어들 수 있다.
◆운행정지 하루 만에 또…리콜 미대상 차량도 '활활' = 이날 오전 4시 17분께 전북 임실군 신덕면 오궁리 하촌마을 부근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BMW SUV(스포츠유틸리티차) X1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차는 BMW가 실시할 자발적 결함시정(리콜) 대상 미포함 차종이다. 이날까지 발생한 BMW 화재사고 모두 40건 가운데 10여대는 리콜과 관계없는 차종들이었다. 전체 화재차 중 25%에 달한다. 지난 1월 3일 인천 부평에서 528i 전소를 시작으로 2월(428i), 5월(740i), 8월(745i)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BMW그룹코리아에 속한 MINI(미니) 휘발유차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운행정지는 결국 '면피용'…리콜계획 검증은 했나 = 정부의 운행정지 명령에 대한 명분은 '국민안전'이었다. 다른 리콜 대상차와 달리 유독 BMW 차량에만 적용한 데 따른 '형평성' 논란에 사유재산 침해 논란까지 감수하면서도 초강수를 뒀던 배경이다.
하지만 BMW 측이 화재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가 없는 휘발유차에서도 화재가 발생했고, EGR 점검 대상에 제외된 차도 불에 탔다. 정부가 거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으로 운행정지를 실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회사 측이 제출한 리콜계획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요한 에벤바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은 최근 긴급 기자회견에서 "2016년 보고된 현상은 흡기다기관쪽 청공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당시 정확한 원인을 몰랐다"며 "근본적 원인을 파악한 시점은 올해 6월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김양혁기자 mj@dt.co.kr
15일 오전 4시 17분께 전북 임실군 신덕면 오궁리 부근 도로에서 주행 중 화재로 전소된 BMW X1.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