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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벤처스피릿` 에서 희망을 본다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안경애 기자 naturean@dt.co.kr | 입력: 2018-08-09 18:00
[2018년 08월 10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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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벤처스피릿` 에서 희망을 본다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매년 연구실을 떠나는 국내 이공계 교수가 100명에 이릅니다. 퇴직하는 순간 수십년간 쌓은 연구 지식과 기술가치가 흔적없이 사라지죠. 1명당 가치를 10억원만 봐도 연 1000억원을 국가적으로 잃는 겁니다."

생각 끝에 윤병동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난 2016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연구실에서 한솥밥을 먹던 제자 4명이 도전에 동참했다. 채 2년이 안 돼서 그들이 세운 스타트업 원프레딕트는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는 회사가 됐다. 산업설비의 기계적 건전성을 파악하는 원천기술에다 AI 등 IT기술을 결합한 건전성 예측관리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다. 1년여 만에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창업 과정에서 정부의 맞춤지원도 힘이 됐다.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 것. 기술의 대를 이어가겠다는 뚝심과 경쟁력을 갖춘 창업드림팀이 정부 지원을 만나자 글로벌 시장의 문턱도 높지 않았다. '밑 빠진 독'이란 지적을 받는 중소기업 R&D 지원이 제대로 이뤄졌을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대학교수와 제자들이 국가 연구기관과 손잡고 더 통 큰 베팅에 나섰다. 일본은 스승과 제자의 대를 이은 연구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다. 스승이 퇴직하면 연구실을 문 닫는 국내 대학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런 문화는 20여 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로 이어졌다. 그들은 최근 연구뿐 아니라 창업도 함께 도전한다. 2대가 도전하면 오래 걸리지만 성공하면 대박인 창업 아이템에도 과감히 뛰어들 수 있다.

대표 사례가 요네모토 고이치 규슈공업대 교수가 제자들과 세운 우주여행상품 판매 벤처 스페이스워커다. 유인 왕복우주선을 개발해 2027년부터 우주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게 회사의 목표다. 우주선 개발은 일본판 NASA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공동으로 한다. 아직 일본이 개발하지 못한 왕복우주선을 대학실험실 출신 벤처가 개발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모든 과정이 성공적이어도 매출은 10년 후에나 발생한다.

요네모토 교수는 약 1조원을 유치해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성과는 후속세대에 이어준다는 계획이다. 그의 꿈이 실현되면 일본은 우주탐사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열게 된다. 그들의 도전정신과 자신감 뒤에는 일본 정부의 탄탄한 벤처 R&D 지원과 기업·정부간의 긴밀한 협력이 있다.

앞서서 뛰는 이들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국내 중소기업 기술혁신 현주소는 초라하다. 정부는 다른 어떤 영역보다 중소기업 R&D 지원을 빠르게 늘려 왔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다. 양으로 퍼부을 뿐 소프트웨어와 철학이 결핍된 정책을 편 결과 '국고사냥꾼' 기업을 양산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한다. 2010년 이후 정부R&D 지원을 10번 이상 받은 중소기업이 1184곳이라니 무리한 지적도 아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15.3%는 R&D 투자의 70% 이상, 5.6%는 100%를 외부자금에 의존한다고 한다. 상당수 기업이 자체 투자 제로 상태에서 기술개발을 한다는 의미다. 이런 기업은 지원이 끝나면 R&D도 끝이다. 기업 연명수단으로 정부 R&D 자금이 쓰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벤처스피릿 결핍현상이다. 성공률을 따지는 정부와 국회, 감사기관의 등쌀에 지원받은 기업이 안정적 연구에 매달린 결과다. 위험과 실패를 무릅 쓰지 않으면 글로벌에서 겨룰 강한 기술과 기업을 우리 스스로 발로 차는 결과가 나온다.

정부가 중기R&D를 바라보는 접근도 애매하다. R&D 자금인지 기업 보조금인지, R&D 프로젝트인지 기업 R&D 기초체력 만들기인지 구분 없이 수많은 중기R&D 과제가 1억 미만 소규모 살포식 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체 중기R&D 과제의 40%가 1억 미만 소규모 사업이다. 도전적인 기업들은 정부R&D를 외면한다. KAIST가 대를 이은 연구실을 지정하고 서울시가 R&D 지원과 별도로 혁신기술 실증예산을 새로 도입하는 등 희망적 변화도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미 국방부식 경쟁형 R&D를 도입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꼭 맞고 현장에서 잘 작동하는 중기 기술혁신·혁신성장 생태계만이 우리 경제의 희망이다. 연구현장과 기업, 정부가 함께 벤처스피릿으로 무장해 뚝심 있게 도전하길 응원한다. 안경애 과학바이오팀장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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