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낙영 칼럼] `반기업 인식`이 적폐다

[서낙영 칼럼] `반기업 인식`이 적폐다
서낙영 기자   nyseo@dt.co.kr |   입력: 2018-08-05 18:00
서낙영 논설위원
[서낙영 칼럼] `반기업 인식`이 적폐다
서낙영 논설위원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2018년 8월이다. 111년 만에 찾아온 폭염의 기세가 가히 재난 수준이다. 이에 못지않게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것이 현실화하는 경기 악화다. 올 들어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따른 고용쇼크가 최악의 고용 지표로 나타났고, 산업생산과 투자는 수개월째 하락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우리 경제가 하강기조로 추세 전환하고 있음을 경기 지표가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며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가마솥더위 만큼이나 암울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의 어두운 긴 터널의 시작점에 서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게 하는 여름이다. 하지만, 경제 악화에 대한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이를 풀 수 있는 해법 역시 명확하게 존재하는 법이다. 단순하게 생각해 막힌 투자의 맥을 뚫고 둔화하는 산업생산 활동을 끌어올리면 된다. 해법은 단연 '규제개혁'이고, '기업의 기 살리기'다.

경제를 걱정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업이 생산과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경기의 핵심 변수인 일자리는 증가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고용을 늘리는 것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고, 가계소득 증가와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결국은 기업이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고 관건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하는 이유가 이런 맥락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이야기와 맥이 닿는다.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과 선의로 시작했을지 모르나 결국은 시장을 죽이는 역설적 결과를 낳는 관료주의의 폐해가 도사리고 있다.

얼마 전 소프트웨어(SW) 사업을 하는 지인들과 가진 저녁 자리에서 나온 화두 역시 청년 일자리 문제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규제개혁이었다. 정부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 중의 하나가 정부 문서업무 처리를 전산화해 행정 투명성을 높였다는 '온나라시스템'인데, 이것이 중소중견 업무처리 솔루션 회사들을 오히려 죽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자체 개발한 일종의 그룹웨어인 온나라시스템은 2011년 중앙정부에서 전 자자체로 확대됐다. 그동안 각 지자체별로 문서행정 정보화를 위해 전산 솔루션을 공급했던 기업이 한순간 사라지거나 업종을 변경해야 하는 사태를 맞았다. 정부 스스로 공공수요를 자체 공급한 꼴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정부가 나서서 한 시장영역을 강제로 구조조정 해버린 것이다. 가까운 일본을 보면, 각 지자체별로 특성화한 별도의 그룹웨어 시스템을 사용하며 진화 발전시키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정부는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공정 경쟁을 위한 룰 메이커로 자리하면 그만이다.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조정하고 바꾸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작은 사례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이 같은 일이 SW산업에만 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방송 산업의 자의적 비대칭 규제를 비롯 제조 서비스 산업 등 도처에 산재해 있다.

결은 다르지만, 미래 성장동력인 AI(인공지능), 클라우드, 핀테크 등 신산업에 대한 규제는 또 어떤가. 해외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기업의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대부분 불법이 된다고 하니 걷어내야 할 규제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알만하지 않는가. 국내 기술 스타트업 벤처들이 규제가 풀리지 않아 해외로 나가 사업을 하겠다거나, 해외에서 창업을 해야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국내 일자리는 또 줄어드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현 단계에서 시급히 추진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기업과 기업인을 교정시켜야 할 적폐로 보는 '반기업 인식'부터 확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규제혁파가 되며, 창업도 늘고 신산업도 활기를 띤다. 자연스레 생산과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함께 증가하는 선순환의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서낙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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