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 대학원장
![[시론] 미군 유해 송환을 보며 배워야 할 점](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0302102269640001[1].jpg "[시론] 미군 유해 송환을 보며 배워야 할 점")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지난 7월 27일 미군 수송기가 북한 원산에서 55구의 미군 유해를 싣고 오산 미군기지에 귀환했으며 8월 1일 하와이에서 6·25 참전 용사의 아들인 미국의 펜스부통령이 참가하는 유해송환 공식행사도 열릴 것으로 보도됐다. 미군 유해 송환은 지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될 정도로 미국이 매우 중시하는 이슈다.
미국이 미군 실종자나 유해 송환에 노력하는 것은 이번 미북회담에서 제기된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 오랜 역사가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6·25전쟁 중 실종된 약 7900명의 미군 중 약 5500명은 북한에 남겨진 유해로 추정된다. 휴전협정 직후 2234구의 미군 유해 송환 이후 1996년 5월 이전까지는 북한이 미군으로 추정되는 208구의 유해를 발굴해 판문점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었다. 1996년부터는 북한에서 북미 합동으로 유해를 발굴해 2005년까지 222구의 미군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송환되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거부,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이번 송환 이전까지는 미군 유해 송환도 10년 이상 중단되었었다.
미국 국방부 산하에는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이라는 미군 유해발굴 및 신원확인 전담기관이 있다. DPAA는 미군 유해가 존재한다는 정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파견돼 유해를 발굴하고 하와이의 본부로 송환한다. 이후에는 몇 년이 걸리든 DNA 검사 등을 통해 유해의 신원을 정확히 식별하고 가족들에게 귀환시킨다. DPAA는 수십 년이 지난 유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정밀한 유전자 감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6·25 전쟁 때 실종된 미군 가족 89% 이상의 DNA 샘플을 보유하고 있기에 이러한 노력은 가능한 것이다.
DPAA의 전신인 JPAC의 모토는 "그들이 모두 귀환할 때까지"이고 DPAA의 모토가 "국가의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이듯이, 미국은 비용과 시간에 관계 없이 전쟁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장병들의 유해를 가져와 가족들에게 귀환시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DPAA의 지난해 예산은 1억1100만달러로 알려져 있지만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배정해주는 연방정부의 유일한 기관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이다. 또한 이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동참하라는 의미로 DPAA 웹사이트에 미국이 치룬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을 유해가 송환된 명단(Accounted)과 유해가 돌아오지 않은 명단(Unaccounted)으로 나누어 모두 수록해놓고 있다. 대통령이 모든 일정에 우선해 정부와 군 수뇌부와 함께 유해 귀환식에 참석해 최고의 예를 갖추기도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국군 유해 발굴·송환 노력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국군 유해 발굴은 2000년 6·25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아 육군본부가 담당관실을 만들어 시작하였지만 2006년까지 발굴한 유해는 1180여 구에 지나지 않았다. 국군 전사자 유해를 모두 찾아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2005년에 '국가 영구 사업'으로 전환하고 2007년 미국의 DPAA를 벤치마킹한 국방부의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해 이후 10년 동안 유해 8325구를 찾는 성과를 내었다. 하지만 이런 속도면 전체 발굴 대상인 13만명을 단순 '발굴'하는 데에도 100년 이상 걸릴 것이다. 더욱이 가족들의 유전자가 거의 확보되지 않은 실정이니, 발굴해도 그 신원을 밝혀 가족들에게로 '귀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2007~2017년 국방부 유해 발굴·감식단에 배정된 예산은 연 평균 50억원이고 그나마 2011년을 기점으로 연평균 15% 정도씩 감소하여 2017년 예산이 34억 4000만원이다.
2차대전 후 미군의 미송환 유해가 약 9만 명으로 6·25의 한국군 미발굴 유해보다도 적지만 우리나라의 유해발굴감식단 예산이 DPAA의 1/40 정도에 불과한 것은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치고 낯선 땅에 묻혀 계신 분들에게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언론이 미군 유해 송환은 주목하면서 국군 유해 발굴과 가족에게 인도되는 것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매우 안타깝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도 "그들이 모두 귀환할 때까지", "국가의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