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산업부 증권부동산팀장
![[DT현장] 대통령의 휴가와 적폐청산](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0302102269047001[1].jpg "[DT현장] 대통령의 휴가와 적폐청산")
문재인 정권의 첫해를 한 단어로 상징하자면 '적폐청산'일 것이다. 적폐청산의 칼춤 앞에 전임대통령은 물론 전전임 대통령도 무사하지 못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 정권과 결탁한 적폐 세력으로 몰려 1년 가까이 감옥 생활을 했다. 그가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을 찬 모습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대통령과 새 정권은 주로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겨냥해 칼을 휘둘렀다. 적폐로 낙인찍히면 사정의 칼바람이 불기도 전에 여론의 난도질부터 당했다. 기업인들은 적폐로 낙인찍히는 것을 면하기 위해 사정의 칼바람이 불기도 전에 납작 엎드렸다. 그 결과는 설비투자가 무려 넉 달째 감소하는 등 한국 경제의 활력 저하로 직결됐다. 특히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서 문재인 정권이 끝날 때까지는 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보인다.
최근 공직에서 물러난 한 지인은 "집 두 채 이상 있고 하루 두 끼 이상 먹으면 이 정권에서 적폐 세력"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금융공기업에서 퇴직한 다른 선배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하 골방에 살면서 피죽으로 연명해야 적폐세력에서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칼춤을 벌벌 떨며 지켜보던 사람들이 점점 정부를 희화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는 기름을 부었다. 사람들은 방향성에는 그럭저럭 공감했지만 문제는 타이밍이 나빴다. 1987년 블랙먼데이,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18년에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10년 주기설'이 스멀스멀 확산 되던 참이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져 나왔다. 글로벌 경기 하강 국면에서 외풍에 약한 한국경제는 더 크게 휘청였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미 증시가 하락장으로 추세전환 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경기는 이미 꺾였다는 숫자들이 여기저기서 비명처럼 터져 나오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30일 4박 5일 일정으로 휴가를 떠났다. 앞뒤로 주말이 붙어 실제로는 9일간 휴식을 취하는 셈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6월에도 러시아에서 귀국한 6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8일간 휴식을 취한 바 있다.
반면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은 올해도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 없거나 가기 어렵다.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공사 등과 함께 국민 1105명을 대상으로 올해 여름휴가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마음과 시간 여유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대통령과 비서실장 등 청와대 공직자들은 휴가와 연차를 마음껏 쓰면서 국민들에게도 휴가 가라고 한다. 하지만 자영업이나 직장에 매여있는 국민들은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다. 한여름의 뙤약볕이 작렬하는 폭염도 영원하지 못하다는 점은 다행이다. 일주일 뒤면 가을을 알리는 입추(7일)가 다가온다. 이어지는 처서(23일)가 지나면 여름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자연의 법칙도 이러한데 끝나는 날이 예정된 문재인 정부를 의식한 여권에서는 20년 집권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는 '삼성이 20조원을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고 발언한 사람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기업들의 불법과 불공정은 엄단해야 하지만 긍정적 측면은 평가해주는 성숙된 의식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김동욱 산업부 증권부동산팀장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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