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포럼] 아마존 클라우드서비스에서 배울점](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0102102269607001[1].jpg "[포럼] 아마존 클라우드서비스에서 배울점")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는 아마존이 직접 개발하는 것 보다는 많은 독립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개발하여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서 유통되는 소프트웨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즉,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시장을 형성하고 그 위에서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사고 파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마존은 장터를 만들었고 이 장터에 많은 개발자들이 모여들었고 이제는 아주 장사가 잘되는 장터로 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성공에는 이유가 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구조를 새롭게 바꾼 것이다.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의 소프트웨어 구매 방식은 사용시간에 따라서 과금을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자면 어떤 기업이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을 초기 투자 없이 사용을 시작하면서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SI 업체를 통하여 정보시스템을 장기간에 걸쳐 개발하고 테스트하여 이를 오픈하고 사용하는 방식에서의 비용지급 체계와는 많이 다른 것이다. 기존의 방식은 정보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이 모두 마무리가 되면 발주자는 검수를 하고 이상이 없으면 비용을 모두 지급하게 된다. 이후에 이 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SI 업체의 이해관계와는 상관없는 온전히 고객의 책임이다. 따라서 고객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하여 많은 시간을 가지고 비용편익을 계산하고 위험요인을 발굴하여 확인하려 하면서 의사결정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결국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사위 던지듯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아마존의 계약 방식은 그저 사용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이용을 중지하면 된다.
거꾸로 사용이 활성화되면 용량을 증설하여 바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이 기간에 고객은 정보시스템 서비스를 통하여 매출을 일으키고 이익을 확보한다. 즉, 아마존의 이익과 고객의 이익이 동일 구간에서 연동하면서 서로의 가치를 공유한다. 다양한 시도를 다양하게 해보고 발주자의 고객 반응이 좋지 않으면 즉시 중단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가 심한 산업에서는 유연성을 즉시 확보할 수 있다.
이어서 아마존의 소프트웨어 장터에는 많은 개발자들과 개발 회사의 치열한 경쟁이 있다. 마케팅 보다는 기술의 비중이 더 잘 반영된 시장이며 끊임없는 혁신이 주도자가 없이도 시장의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구조이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들이 누구라도 이 시장에서 기존의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경쟁해 볼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아마존의 경쟁력으로 이어져서 후발 주자인 마이크로스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격차를 벌려주고 있다.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허브인 '깃허브'를 75억 달러에 인수했다. 전통적인 폐쇄형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CEO와 함께 개방형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들어 오고 있었으나 약 2800만 명 가량의 개발자들이 사용하고 있고 수십억 개의 오픈소스 코드를 취급하고 있는 전 세계 최고의 개발자 커뮤니티를 인수할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결정을 해야만 했는가. 결국 선발주자인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핵심요인은 가장 크고 우수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연결하고 협업을 촉진하여 큰 물줄기를 바꾸고자 했을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주관하는 실리콘밸리의 회사를 통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 포트폴리오에 비추어 외부에서의 조달이 필요한 역량이 파악되면 이를 M&A를 통하여 확보해 왔다. 당시에 이러한 방식의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를 NASA 등 정부 연구기관과 다른 기업들도 활용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폐쇄형과 개방형이 결합되어 있는 방식으로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위의 두 가지 사례에 비추어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방향성과 목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각종 추진계획 안의 많은 세부항목들이 근본적인 목표에 방향성을 맞추고 있는가 살펴 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거대한 전세계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변화에 비추어 우리가 어떻게 가치있는 영역에 위치할 것인지 한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보아야 하지않을까. 특히 작금의 개방형 개발자 커뮤니티가 공유하고 있는 철학과 정신을 맛보고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거대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플랫폼 안에 실시간으로 제시되는 이용사례와 경쟁을 통하여 식별되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하고 이를 문화로 확산해가는 환류의 근본 이념과 원리를 이해할 때 정부 정책이 적절히 개입하여 지금의 병목 구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단추는 정부조달 소프트웨어 발주체계의 변화일 것이다. 적어도 클라우드 시대에 맞는 유연하고 상황에 따라서 쉽게 추스릴 수 있는 공무원에게 실행의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 조달 절차가 마련되고 이를 법제도 측면에서 뒷받침할 수 있다면 새로운 플랫폼 시대의 마중물은 되어 줄 것 같다. 그리고 국민이 직접 반응하고 이에 정보시스템이 유연하게 대응하면 작지만 아주 좋은 이용사례로서 박수치고 격려하여 생태계로의 진입을 촉진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시장의 분위기에서 위축되어 고사한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과 클라우드 기업들도 희망을 갖고 적극적인 투자와 인재 확보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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