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데스크] 닥치고 규제개혁

[DT데스크] 닥치고 규제개혁
강주남 기자   nk3507@dt.co.kr |   입력: 2018-07-29 18:00
강주남 산업부장
[DT데스크] 닥치고 규제개혁
강주남 산업부장

동네 식당 한 곳이 또 문을 닫았다.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오징어 물회 맛이 제법 좋았던 단골집이어서 마음이 더 짠하다. 장사가 잘 된다며 재작년 초 무리하게 가게를 넓힌 것이 화근이 됐다. 그해 가을, 김영란법이 시행되자 손님이 확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시급도 16.4% 나 올랐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저녁 손님마저 뚝 끊기자 더 버틸 재간이 없었단다.

서민에게 희망을 주겠다며 야심 차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무덤이 되고 있다. 지난해 자영업종 10곳 중 8곳이 문을 닫았다. 역대 최고 폐업률이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올 7월 자영업 체감경기는 문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이다. 경기침체로 서민들이 소비를 줄인 반면, 가게 인건비 부담은 더 늘었기 때문이다. 내수 침체의 악순환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목 좋은 상가조차 관리비도 못 내는 형편이란다. 줄도산 나게 생겼다. 참다못한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불복종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섰다.

불황에 새 일자리가 늘어날 리 없다. 고용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는 대통령 1호 명령이라며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요란을 떨었다. 하지만 일자리 상황은 더 나빠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그나마 편의점 알바 자리마저 씨가 말랐다. 을과 을은 반목하고, 서민·청년층 삶은 더 고달파졌다. 이대로라면 올 경제성장률이 2% 중반에도 못 미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급진적 소득주도 성장이 부른 역풍이다.

온갖 잡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큰소리 치는 건 2분기 4.1% 까지 치솟은 성장률 덕분이다. 과감한 법인세 인하와 규제 혁파로 미국 경제는 제2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념보단 경제에 더 민감하다.

남북 화해 무드에 취해있던 정부가 서둘러 친기업 행보에 나선 건 대내외 경제여건이 심상찮단 위기의식의 방증이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김동연 부총리도 삼성을 직접 찾아 애로사항을 듣겠단다.

재계는 환영한다면서도 내심 떨떠름한 표정이다. "삼성이 1등이 된 건 협력업체를 쥐어짠 결과다", "재벌 혼내느라 회의에 늦었다"는 말을 서슴지 않던 정부가 돌변한 저의가 미심쩍기 때문이다. 반기업 정서를 넘어 기업을 적대시하고, 심지어 재벌 2~3세를 김정은 보다 못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세상이다. 10대 그룹 중 7곳에 대한 사정 당국의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한 손에 칼을 든 채, 의도를 가진 조건부 기업 프랜들리 행보로는 자발적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영혼 없는 '쇼통'은 불쾌지수만 높인다.

벌써 친기업 행보 후에 청구될 계산서를 걱정하는 기업도 있다. 시급 인상분을 본사나 대기업이 나눠 부담하라는 압박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베트남·인도 보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귀족노조가 득세하는 판에 수십조 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정부 요구는 기업 입장에선 업무방해나 재산권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은 쥐어짠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돈이 되면 말려도 지갑을 여는 것이 장사 이치다. 고비용·저효율 시장에 억지춘향식으로 투자하라는 건 '애국 페이'다. 직권남용이다. 전 정부 인사들도 협박·강요죄로 줄줄이 영어의 몸이 됐다. 정치권력과 재벌총수의 비공개 만남 자체가 억측을 낳는다. 무리한 요구는 불법 거래를 부른다.

정부는 그저 기업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도록 판만 깔아주면 된다. 과감한 규제개혁이 답이다. 규제를 확 풀고, 기업인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해주면 투자와 상생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나.

강주남산업부장 nk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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