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엔 한마디 못하면서… 공정위의 이상한 ‘외유내강’

시장 지배력 남용 네이버 조사
구글 등 해외 기업엔 속수무책
국내 포털 규제 법안만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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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당국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포털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통상마찰 우려,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국내 토종기업에 대한 규제는 강화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은 지난 27일 경기도 성남 분당 네이버 본사를 찾아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날 조사는 동영상 시장 지배력 남용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쟁당국의 이번 조사는 공교롭게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맞서 동영상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진행돼, 국내 인터넷사업자의 신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네이버는 유튜브가 국내 미디어 시장을 독과점 하고 있다고 판단, '동영상' 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6일 콘퍼런스 콜을 통해 "인터넷 시장이 동영상으로 재편되면서 네이버는 위협적 상황을 맞고 있다"면서 "동영상 콘텐츠가 활발하게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올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네이버, 카카오 등에 대한 제재 수위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사업자를 겨냥한 다양한 포털 규제 법안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김성태 의원이 인터넷 기업을 이통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규제하는 '뉴노멀법'을 발의한데 이어, 포털 뉴스서비스의 회계분리와 미디어랩 도입을 의무화 하는 포털언론분리법(김경진 의원), 댓글 차별 금지법(신용현 의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반면에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EU(유럽연합)가 구글에 43억4000만 유로(5조7000여억 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지만, 한국 정부나 정치권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EU는 지난 2015년 4월부터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의 시장지배력을 악용,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사의 크롬, 맵 등의 구글 앱을 의무적으로 깔도록 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정부도 스마트폰 선탑재 앱 차단에 나서고 있지만, 모바일 지배력을 앞세운 구글의 '배짱공세'에 밀려 실효적인 조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핵심 서버가 해외에 존재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실태조사 에도 성실히 나서지 않고 있다.

실제 방통위는 지난 3월 페이스북에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를 적용해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지만 페이스북이 항소하면서 매듭을 짓지 못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 3월부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카카오톡·밴드 등 주요 소셜미디어 사업자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지만, 해외 기업의 비협조적 태도로 조사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정치권이 구글, 페이스북 등에 대한 제재가 한미간 통상마찰로 불똥이 번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서비스는 사업자가 아니라 이용자 중심에서 규제와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해외 사업자라도 서비스 이용 주체가 한국인 이라면 법에서 정한 동등한 규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역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김지영기자 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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