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홍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포럼] 임금격차 줄여야 지속성장 가능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7/2018072602102369102001[1].jpg "[포럼] 임금격차 줄여야 지속성장 가능하다")
이러한 저출산 현상에는 물론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 양극화에 따른 저소득층의 급격한 증가가 저출산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양극화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중산층은 얇아지고 있으며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의 격차와 임금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임금 격차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심각한 수준이다. 외환위기 발발 직전인 1997년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73.5% 수준이었으나 2017년 55.8%로 악화됐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사이에 17.7%포인트가 더 벌어진 것이다.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등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지난 20년간 큰 변화 없이 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바로 이러한 임금격차 확대과정의 산물이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데 청년들은 중소기업 일자리를 기피하고 있으니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이 없다. 중소기업은 인재를 구하지 못해 저생산성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희망을 잃은 청년들은 출산은커녕 결혼마저도 주저하고 있다.
주요 국가 중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심화하고 있는 임금 격차 문제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채택했던 대기업 위주의 수출주도 경제구조와 이로 인한 수직적 기업 생태계의 고착과 '갑'과 '을' 간의 종속관계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나라 기업생태계가 가진 전근대적인 민낯이라 하겠다.
이제는 이러한 전근대적 기업생태계로는 세계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없다. 수평적 기업생태계의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융복합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방형 혁신의 주체는 개별기업이 아니라 기업생태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는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담보하는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제4기 동반성장위원회는 '임금격차 해소운동'의 추진을 의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기업 및 공공기관들과 협약을 체결하여 협력 중소기업들에게 제값을 제때 현금이나 상생결제로 주는 '대금 제대로 주기 3원칙'을 시행키로 했다.나아가 개별 기업이 사정에 따라 가능한 임금 격차 해소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임금격차 해소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줌으로써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자율적인 민간차원의 몸부림이다.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국가를 포함한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임금 격차 해소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이것이 저출산 문제 해결로 이어지도록 다 함께 나서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최근 단편적인 대책의 나열 대신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 저출산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에 따르면 '주거복지',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 '아동 성장 지원', '차별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해소는 이러한 과제를 추진하는 데 밑바탕이 된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상대적 빈곤을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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