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중기 기술혁신 전략… 핵심 R&D 사업 후속타 없다

전용 예산 2배 상향 공약 무색
예타 4개사업 중 3개 탈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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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중소기업 기술혁신 전략이 표류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최저임금과 일자리 이슈에 매몰돼 중기 R&D(연구개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요 R&D 사업이 종료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적기에 후속사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중기부 핵심 R&D 프로젝트 8개가 일몰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까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예상되는 사업은 1개에 그치고 있다.

25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중 중소기업 전용 R&D 예산을 2배로 늘리겠다고 공약했지만 현장에선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 중기부 핵심 R&D 사업 4개에 대해 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예타를 진행중인데, 이 중 3개가 탈락을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KISTEP은 △중소기업글로벌성장기술개발 △산학연 콜라보R&D △월드클래스300 △중소기업네트워크형기술개발 등 4개 과제 중 산학연 콜라보R&D만 통과시킨 것으로 잠정결과를 내놨다. 최종결과는 8월말 발표 예정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월드클래스300' 사업을 비롯해 중기부 간판 R&D 프로젝트가 잇따라 중단될 위기를 맞은 것이다. 기술혁신 능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혁신성장 주역으로 키우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들 4개 사업을 포함해 중기부 핵심 R&D 사업 8개가 2020년까지 종료될 예정인데, 나머지 4개도 상황이 좋지 않다.

나머지 사업은 내년에 끝나는 지역특화산업육성, 2020년 종료하는 △중소기업상용화기술개발 △공정품질기술개발 △창업성장기술개발 사업이다. 이중 예타 관문을 통과한 사업은 아직 하나도 없다. 지역특화산업육성 사업만 예타 전 단계인 기술성평가를 통과했을 뿐이다. 창업기술개발사업은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했고, 공정품질기술개발과 중소기업상용화기술개발사업은 아직 예타 신청도 못한 상태다.

주요 사업이 종료되면서 중기부의 R&D 예산도 줄어들고 있다. 중기 R&D 지원 예산은 2016년 9563억원에서 지난해 1조1172억원으로 늘었지만 올해 1조41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내년에는 8997억원으로 배분조정돼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 전체 중기 R&D 지원예산이 올해 1조6834억원에서 내년 1조8095억원으로 늘어나는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중기R&D 사업이 지나치게 소액 나눠주기 식으로 이뤄져 성과가 미진했던 상황에서, 중기부가 안일하게 대응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2010년 이후 정부R&D 지원을 10번 이상 받은 기업이 1184개에 이를 정도로 중기 R&D가 밑 빠진 독이라는 지적을 받지만 중기부는 출범 1년 동안 부처 차원의 중기 R&D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중기 전용 R&D 예산을 2배 늘리겠다는 공략을 내놓고도 범정부 차원 실행전략은 손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부가 제출하는 계획과 예산을 칼질할 뿐, 청와대 과기보좌관, 과기정통부 과기혁신본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어느 한 곳도 중기 기술혁신 청사진을 고민하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범정부 차원의 중기 기술혁신 정책을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병호 KISTEP 부원장은 "우선 주무부처인 중기부가 적극성을 가지고 미래 중기R&D에 대한 그림을 내놔야 한다"며 "청에서 부가 됐으니 예산을 많이 달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병헌 광운대 교수는 "청와대 과기보좌관과 과기혁신본부가 중기부 R&D 특성을 고려하면서 효과적인 그림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중기부가 가져오는 사업계획을 칼질만 해서는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삼열 연세대 교수는 "중기부를 부처로 승격했을 뿐 중기 기술혁신과 관련해서는 어젠다도, 정책조정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올해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이번 정권에서는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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