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소장
![[포럼] 블록체인 미래, 신뢰로 맺는 혁신 생태계](http://contents.dt.co.kr/images/201807/2018072502102269607001[1].jpg "[포럼] 블록체인 미래, 신뢰로 맺는 혁신 생태계")
이들 기업은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다양한 서드파티를 참여시켜 인터넷 생태계를 확장하고 기술혁신을 선도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불법 유출, 콘텐츠 큐레이션 조작, 착취적인 수수료·광고료 수익구조 등 데이터 관리·독점에 대한 비판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산업 생태계의 본질적인 문제는 '데이터 독점'이다.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정보량에 차이가 나면 신뢰 관계가 구축되기 어렵다. 제품 살 때, 내가 가진 정보가 상대보다 적은 상황을 상상해보자. 불안한 마음에 의심부터 들지 않겠는가? 이렇게 정보 불균형·비대칭은 생태계 구성원 사이의 신뢰를 저해하고, 신뢰비용을 상승시킨다. 서로 믿지 못해 통제와 감시, 시스템 유지에 큰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최근 산업 생태계 혁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데이터 분권을 통한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방책 중에, 데이터 분산처리 기술인 블록체인이 좋은 방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탈중앙화(분권화)'다.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분산·저장되어 안전하다. 누구나 열람 가능하고, 개인 간 직접 거래(P2P)라 할 수 있다. 제3자(플랫폼)가 개입하지 않으니까 불필요한 수수료가 절감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정보 유통을 직접 통제하기 때문에 거래할 때 신뢰가 형성된다. 디지털 신분증 등으로 식별된 개별 참여자들 모여 새로운 마켓 플레이스가 생겨나고, 공유 경제도 확산될 것이다. 신뢰를 맺어주는 블록체인 기술로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 우조 뮤직(Ujo Music)은 사용자가 암호화페 이더리움으로 음원을 구매하면 그 금액이 프로듀서 같은 제작자에게 바로 지급된다. 가끔 은행이나 플랫폼 수수료가 '대동강 물세'처럼 아깝고 억울한 생각이 들곤 하는데, 이 경우는 콘텐츠를 만든 사람에게 지급하는 돈이니 아깝지 않다. 누구도 임의 수정할 수 없고, 누구나 변경의 결과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생산에서 판매 진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공개되는 유통 시스템에 적용한다면, 사고차를 도색하고 주행거리를 조작해 파는 중고차 사기도 막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선거·투표, 폐기물 재활용 관리, 에너지 관리·거래, 공적 자금 운영, 의료 정보 관리 등 공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영역에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다. 투명한 신뢰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민주적인 자치분권적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 '블록체인산업진흥기본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기술에 제도적 날개까지 마련될 터이니 환영할 일이다. 초기 논의 단계이니만큼 다양한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하겠다. 특히 여성과학기술인이 블록체인 기술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 블록체인은 다양성이라는 건강한 토양 위에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제 막 개장한 운동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면 안 될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