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경 금융정책부 세종팀장
![[DT현장] 껍데기만 던져놓는 경제 정책](http://contents.dt.co.kr/images/201807/2018072502102269051001[1].jpg "[DT현장] 껍데기만 던져놓는 경제 정책")
경제부처 특히 기획재정부의 1년 보도 계획 중 가장 큰 행사는 새해 예산안, 반기별로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 그리고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해마다 정기국회에서 다뤄지는 세법개정안 등이다. 18일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이른바 '경방' 이 발표되는 날이었다. 역대 최대의 저소득층 소득감소와 최악의 고용쇼크, 최저임금 인상 논란 등으로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의 발표라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사안이었다. 그만큼 정부로부터 철저하고 치밀하게 준비된 대책이 발표될 것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브리핑 자료를 받아든 기자 입장에서는 허탈하기 그지 없었다. 우선 경방 때마다 정부가 늘 제시했던 한국 경제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빠져 있었고, 소득분배 강화 정책의 핵심으로 이목이 집중됐던 근로장려세제(EITC)의 내용도 없었다.
새로운 것이 전혀 없는 기존 발표 자료를 집대성한 사실상 무의미한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는 기자로서는 어떻게 보도 계획을 세워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결국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사전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기재부는 부랴부랴 추가 및 수정 자료 송부로 정신없는 일정을 보냈다.
경제 관련 큰 대책을 발표할 때 통상적으로 정부는 언론의 정확한 보도를 위해 사전에 엠바고라는 형식으로 기자단에게 발표에 앞서 내용을 배포한다. 경제 정책 자체가 워낙에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탓에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해석이 가미돼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럼에도 사전 브리핑 등을 통해 기자단의 추가 자료 요청이 있을 수 있고,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은 수정이 가해진다. 또 가끔이기는 하나 수치나 문구의 오탈 자가 고쳐지기도 한다. 엠바고가 해제되는 시점 전후로 기자단 요청 자료나 수정 자료 송부를 알리는 메시지와 메일이 많은 이유다.
그런데 이번 경방과 소득지원 대책 발표는 순서가 뒤바뀌었다. 즉 껍데기 뿐인 자료를 내놓고, 항의를 받고, 이후에 보강 자료를 내놓는 식이었다. 자료 자체가 부실하다 보니 자료 배포 후 브리핑 과정 등에서 기자들의 추가 자료 요청이 많을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대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자와 메일 폭탄이 쏟아진 셈이다. 다른 세법개정안이나 새해 예산안과 같이 중요 정책 발표에서 많아야 서너 건 정도였던 수정·보강 자료가 이번에는 열 건을 넘었다. 그만큼 이번 정부 대책에 알맹이가 없고, 부실했다는 얘기다.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정 협의 전에 자료를 배포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하더라도 기재부의 이번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앞으로 새해 예산안이나 내년 경방 등 큰 대책 발표 과정에서 혼란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정책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번처럼 대책 발표 과정에서 언론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설익은 경제정책이 시장과 기업 가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치밀하고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완성된 대책을 내놓아도 부작용이 생기는 판에 껍데기 던져놓고 알맹이 채우는 방식의 대책에 과연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의 일하는 방식으로는 우리 경제의 고질병을 치유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경제팀은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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