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앱 선탑재, 불공정 경쟁 조장한다

부수현 경상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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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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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앱 선탑재, 불공정 경쟁 조장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제조사들에 자사의 검색 앱과 브라우저를 선탑재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로 구글에 43억 4천만 유로(5조 7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선탑재(Pre-installed) 앱은 소비자의 최초 사용 이전에 사업자가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응용프로그램)을 말한다.

구글은 EU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스마트폰 제조사나 통신사가 우리 앱을 포함하지 않으면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앱을 선탑재하는 것은 소비자의 편의 또는 스마트폰 구동과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며, 이를 제재할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구글의 주장은 대부분 기존 연구결과와 상반된 것이다.

먼저 선탑재 앱은 사후에 소비자가 삭제할 수는 있지만, 소비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디폴트로 설치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

그리고 앱을 삭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그것을 삭제했을 때의 손실에 초점을 두는 '손실 혐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미 정해진 기본값을 선호하는 '기정 편향' 등이 맞물리면서 결국 극히 일부의 앱만 삭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소비자들은 선탑재 앱을 보유한 상황에서 강력한 유인이 없다면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대안을 탐색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앱 선탑재의 영향력에 대한 필자의 연구 결과, 앱이 선탑재된 상황에서 새로운 앱에 대한 소비자의 설치 의도가 낮아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앱 선탑재가 소비자의 적극적인 탐색 행위를 가로막아, 성능이 뛰어난 다른 앱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또한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이 자사의 앱을 미리 설치해 두는 것은 불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을 조성한다. 국내 OS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구글이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특정 앱들을 선탑재하면서 경쟁사 앱들은 성능과 품질 면에서 더 뛰어날지라도 시작부터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구글이 형성한 선탑재 앱 생태계는 다른 기업에는 매우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빼앗게 된다.

마지막으로 어떤 앱을 선탑재하는 것은 그 하나의 앱에서 우위를 가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앱 생태계를 강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선탑재 앱은 소비자 접근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용시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일 뿐 아니라, 그 앱과 연동되는 다른 시리즈의 앱들을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일부 앱들의 경우, 특정 선탑재 앱과 연동돼야만 하는 강제 효과가 있다. 즉 어떤 앱을 선탑재하는 것은 일종의 행동 규범을 만드는 것과 같아서, 소비자의 선택 및 행동을 강제하게 된다.

러시아의 경우 구글이 앱 선탑재로 시장을 잠식하고 자국 기업들을 위협해 나가자, 지난해 4월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러시아는 구글에 79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소비자에게 구글 앱 패키지 사전 설치를 강요하지 않고 제3자 검색엔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EU나 러시아와는 달리, 우리나라 공정위는 2013년 같은 사안에 대해 구글에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공정한 시장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어야 할 공정위가 모바일 생태계를 위협하는 선탑재 앱을 옹호한 것이다. 2016년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공정위에서는 재조사 의사를 밝혔으나, 여전히 조사 결과나 현황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렇게 규제 당국이 넋 놓고 있는 사이, 앱 선탑재로 인한 불공정 경쟁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비단 모바일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국내 PC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오랜 시간 1위를 차지해왔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에서 크롬 브라우저를 경험한 젊은 층의 경우 PC와 태블릿에서도 크롬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들은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이 제공하는 강제적인 틀 안에서만 활동하게 될 것이고, 결국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모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구글과 같은 몇몇 거대 기업에 종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정한 경쟁 환경과 사용자 선택권 보호를 위해 이제는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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