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설 경쟁·중국 굴기로 판도 변화 … "전략 수정 불가피할 듯"

양사, 수익성 대신 시장확대로 생존전략
메모리 기술격차 확대·파운드리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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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설 경쟁·중국 굴기로 판도 변화 … "전략 수정 불가피할 듯"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증설 경쟁·중국 굴기로 판도 변화 … "전략 수정 불가피할 듯"

반도체 고점 논란에 삼성·하이닉스 주가 휘청

메모리반도체 고점 논란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시장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전례를 찾기 힘든 장기 호황이 지속하면서 체력을 회복한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본격적인 증설 경쟁을 시작했고, 여기에 중국까지 가세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금과 같은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을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 등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영업이익률보다는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생존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이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부터 최근 2~3년간 이어지던 '슈퍼 호황'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후 시설투자 확대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1분기 컨퍼런스콜 당시까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D램 비트그로스(용량 기준 생산량 증가율)를 20% 수준으로 예상하면서, 시장 수요와 연동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증설 움직임이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 사이클의 바닥이었던 2016년 3분기 50.2%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하락했다"며 "시장점유율 우선 정책은 삼성전자에 큰 위험을 동반해 실제로 전개할 가능성은 낮지만, 현시점에서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는 시장 호황이 지속하면서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매출과 수익성을 더 상승시키면서 더 많은 '파이'를 가져갔기 때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까지만 해도 20%대에 불과했던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들어 50% 안팎으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메모리반도체의 공급부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실적 회복에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작년 2분기 45.0%에서 올해 1분기 44.4%로 소폭 하락했지만, 마이크론은 같은 기간 22.8%에서 23.1%로 오히려 상승했다.

문제는 내년 이후 시장 조정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는 것이다. D램 시장은 올해 1040억 달러(약 117조 4160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내년에는 1.8%, 2020년에는 2.6% 각각 감소하면서 조정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업황 조정의 근거로 전체 시장의 30~40%를 차지하는 모바일용 수요 부진 등을 꼽고 있다. 이후 자동차 등 새로운 시장 수요가 본격적인 성장세를 탈 때까지는 시장이 정체 상태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굴기'(몸을 일으킴)는 기존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푸젠진화반도체가 370억 위안(약 6조원)을 투자해 올해 9월부터 20나노 후반 또는 30나노급 D램 양산을 시작하는 등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 판도를 흔들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중국은 최근 마이크론의 일부 메모리반도체 제품의 자국 판매를 금지하는 등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장 내년부터 풀리는 중국산 반도체가 시장을 얼마나 흔들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제품을 봐야 알겠다"며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수십조원을 투자해 추격하는 중국발 반도체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에서 기술 격차를 벌리고, 동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새 영역에서의 사업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부터 평택 반도체 공장 2층을 활용해 업계 최초로 10나노급 LPDDR(저전력 모바일용 D램) 5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영역에서는 2020년 3나노 공정을 상용화 하는 등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년 초까지 LPDDR 5 기술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고, 파운드리 영역에서는 중국과의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아울러 개발에 약 2년 정도 걸리는 자동차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벌써 미래 자율주행차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을 오랜 기간 지켜본 결과, 몇년 뒤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시장이 불확실할 때에는 발밑을 보고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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