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인도 SW와 한국 응용기술이 만나면

[포럼] 인도 SW와 한국 응용기술이 만나면
    입력: 2018-07-19 18:00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부원장
[포럼] 인도 SW와 한국 응용기술이 만나면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부원장
'비욘드 스탠다드'(Beyond Standards). 며칠 전 벵갈루루 공항을 나서는 필자의 눈길을 끄는 두 단어였다. 7년 만의 인도 출장에서 받은 느낌은 20년 전 한강의 기적을 지켜봤던 외국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18세기까지 벵갈루루는 단순히 군사기지였지만 영국인에 의해 행정 중심지로 선택되었고, 20세기 후반 인텔, 오라클과 같은 세계적 IT 기업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구글, 시스코 등 2000여 개가 넘는 IT기업이 집결해 500만개 이상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게다가 고지대여서 상대적으로 서늘하다는 장점까지 겹쳐 인도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었다. 벵갈루루는 2001년 510만에서 2017년 1234만 명의 삶의 터전으로 급성장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20년이면 벵갈루루가 실리콘밸리를 제치고 세계 최대 IT 클러스터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욘드 스탠다드' 이 두 단어가 갖는 의미를 뱅갈루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인도는 더 이상 선진국이 만든 산업의 표준에 도달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이 미래 표준을 만들어 가겠다는 비전이었다. 이는 IT의 중심지 벵갈루루와 13억 인도의 자신감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 자신감 기반을 세계적 수준의 인도 IT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는 인포시스,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 위프로(Wipro)와 같은 소프트웨어에 중심을 둔 세계적 IT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 굴지의 글로벌 IT기업을 인도 출신 인재가 이끌고 있다. 인도 인재 없는 실리콘밸리를 상상하기 힘들다.

사실 우리 대한민국도 자타가 공인하는 IT강국이다. 세계 최초로 CDMA 이동통신을 상용화했고 올해 초 평창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을 실현했다. 메모리 부문 반도체에서 세계 1위, 디스플레이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스마트폰에서도 세계 1위가 바로 우리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로 시각을 돌리면 마땅히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 콘셉트를 만들지 않고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없었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가 주름잡는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시장 판세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나아가 애플이 스마트폰의 활용도를 높여주는 앱스토어 생태계를 만들지 않았다면, 고속통신서비스 수요에 대응하는 5G 이동통신의 탄생도 더뎌졌을 것이다. 이 점이 IT 최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가 더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인도는 수학, 물리 등 기초과학에서도 탄탄한 경쟁력으로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주, 항공, 원자력 등 거대과학도 세계적 수준이다. 낮은 GDP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고도의 기초와 첨단 기술력을 가능하게 했던 요인으로 인도의 심오한 정신적 유산을 손꼽는다. 인도는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였고, 불교와 힌두교가 발원했다. 그러나 IT 하드웨어를 포함하여 응용, 생산기술에서는 부족함을 드러내며 세계 시장에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부족과 결핍을 현실에서 해결하려기보다는 영적인 세상을 중시하는 인도이기에 겪는 부조리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13억 인구의 인도가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4차 사업혁명은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는 백미러에 적힌 문구처럼 예상보다 빨리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그렇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자체 노력만으로 확보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과거와 같이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술과 경제 전쟁에 더 이상 우방은 없기 때문이다. 인도는 우리가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그들은 우리의 응용 생산기술이 필요하기에 가장 적합한 파트너다.

하지만 10여 년 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 급부상하는 중국에 대해 인도와 같은 전략을 취했었다. 중국이 급성장하는 동안 우리는 본질적 변화 없이 인도라는 대안을 찾았다. 10년 후 인도가 지금의 중국에 도달하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 지난 일요일 프랑스의 우승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우리는 16강에 진출하지 못 했지만 세계 1위 독일에 2대 0으로 승리하며 미래 희망이라는 씨앗을 심었다. 이처럼 과학기술계도 혁신에 혁신을 더하고 중단 없는 실천으로 또 한 번의 기적을 위한 '비욘드 미라클'(Beyond Miracle)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