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우리 산업 위기 돌파할 지능형 반도체

강성원 ETRI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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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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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우리 산업 위기 돌파할 지능형 반도체
강성원 ETRI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장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 불렀던 시절이 있었다. 1970년대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산업화를 주도하기 위해 반도체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표현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반도체 메모리 분야 세계 1위의 강국이 되었다. 지난해 수출만 해도 997억 달러에 달했다. 반도체의 성공 소식을 듣다 보면 필자가 속해 있는 ETRI 4연구동에 있는 반도체 실험실이 떠오른다. 바로 이곳에서 산·학·연·관이 똘똘 뭉쳐 4/16M, 64/256M DRAM의 원천연구를 진행하던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 전공자인 필자에게 연구원의 반도체 실험실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청춘을 다 바치며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조금이나마 일말의 기여를 했다는 뿌듯함에 더욱 그러하다.

헌데 엊그제 뉴스를 보니 SK하이닉스가 중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다고 한다. 테슬라는 중국에 연 2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는 규모의 시설을 건립 계획 중이라고 한다. 또 현대-기아차는 중국 인터넷 업체인 바이두와 AI 자동차 동맹을 체결했다.

이처럼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중국발 공세는 우리를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반도체 시스템 하위 모듈업체들의 상황 또한 낙관하기 어렵게 되었다. 반도체 내수 산업 전망이 암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업이익이나 매출액과 같은 경제적 수치에는 곧잘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의 반도체 산업은 어찌 보면 빨간불이 켜져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젠 반도체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 대응할 시점이다. 반도체가 기계적 역할에 한정된다면 고부가가치 창출도 더 이상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거 PC나 SW가 처리하던 일들을 손쉽게 칩 하나로 해결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반도체에 녹아들어 간 '지능화'라는 키워드가 숨어있다. 지능을 부여받은 반도체가 인간이 하던 학습을 하며 인간을 철저히 따라하는데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능형 반도체가 우리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Break-through)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연구진도 반도체에 '지능'이라는 힘을 불어넣어 인공지능 프로세서, 시각지능 반도체, 인체통신용 초저전력 칩 등 다양한 성과를 차근차근 내고 있다. 이로써 CCTV가 지능형 반도체의 힘을 빌려 똑똑한 카메라로 재탄생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게 되었다. 국내 연구진의 노력으로 자율주행차의 꽃이라 불리는 프로세서 역시 고도화되어 마치 9개의 두뇌가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 자율주행 서비스가 펼쳐질 날이 머지않았다.

이렇게 중요한 지능형 반도체 연구를 위해서는 산·학·연·관이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마치 30년 전 선배들이 쏟아 부었던 열정이 지금의 영광을 가져온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도 확연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우리가 빠른 추격자 전략을 펼쳤다면 현재는 치열한 선도자 역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IP)의 국산화를 이루고 국내 대기업들도 경쟁력 있는 지능형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 또한 절실하다.

그동안 SW 위주의 인공지능 개발에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왔다면 이젠 눈길을 좀 바꿀 필요성도 있다. 최근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대 서버, 모바일, 엣지(Edge) 컴퓨팅의 발전에 따라 HW 부문의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금속산화반도체(CMOS) 기반 새로운 IP의 개발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반도체 소자부문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으로 신경망(Neuromorphic) 기반 소자와의 연결 단계부터 반도체 설계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연구진도 중장기 연구 계획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있다. 거대 뉴로모픽 시스템에 필요한 서버의 국산화가 요구되고 있고 스마트폰에 내장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저전력이면서 고성능의 AI프로세서도 절실하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세상이 되면서 센서도 지능을 갖게 됨에 따라 국산 AI 컴퓨터 개발이 시급하기에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노력 중이다.

지능형 반도체 관련 기초원천기술의 입지를 탄탄하게 확보하고 기관 간 협력이 아낌없이 이뤄진다면 우리 경제와 산업의 어려운 위기도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성장을 이루는데 지능을 입은 반도체가 지대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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