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최저임금 차라리 지자체가 결정하게 하라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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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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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저임금 차라리 지자체가 결정하게 하라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7530원)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16.4% 인상에 이은 과속인상은 경제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저임금에 주휴(週休)수당을 포함하면 내년 최저임금은 사실상 1만 30원이 된다. 주휴수당은 1주 동안 규정된 근무 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 유급 주휴일을 주고 일하지 않아도 지급하는 수당이다. 경제가 좋아져서 임금이 오른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그러나 임금을 올려 경제를 좋게 만들겠다는 것은 말이 마차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마차가 말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1만원이라는 숫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목표가 돼 있다. 노동계는 인상률이 낮다고 불만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현재의 최저임금에도 견딜 수 없다고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해왔다. 이제 그들은 "나를 잡아가라"며 최저임금 불복종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걸 사과하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의 반발에는 아무 말이 없다.

최저임금이 적정한가를 재는 잣대는 마땅한 것이 없다. 하지만 노동생산성과 지급능력이 고려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올해만 해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206만 명을 넘었고 올 상반기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고용노동부에 적발된 최저임금 위반업체는 전년보다 43.7% 급증한 928곳이었다. 이게 노동시장의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건 굳이 경제부총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최저임금을 경제적으로 접근해서 결정했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 현실을 외면하고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이 성공한 적이 있던가. 기업은 지급능력이 없으면 문을 닫거나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값을 올려 받을 수 있다면 모를까 경쟁사회에서 그게 쉬운 일인가.

저임 근로자만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근로자는 물론 자영업자도 영세상공인도 하루하루를 버티는 서민들도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약자다. 그동안 생활물가가 많이 올라 서민의 삶이 팍팍해졌다. 최저임금 인상 탓이 크다.

최저임금위원회와 최저임금 결정방식이 과연 바람직한가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 9명, 모두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주장은 당연히 상반된다. 공익위원은 정부가 임명하기에 최저임금은 사실상 정부의 뜻에 따라 결정하게 돼 있는 구조다. 공익위원이라면 중립적 입장에서 국민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와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는 그런 자를 임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공익위원은 친노동위원이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였다.

공익위원 선정방법을 보완하고 개선할 점을 찾아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을 각 지자체에 맡기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지자체의 결정에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있지만 검토해볼 만하지 않을까. 지역사정과 생활비에 차이가 있는데 최저임금을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정할 까닭이 없다. 지역별 업종별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외국의 예는 수두룩하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을 도와주려고 카드 수수료 인하 등 보완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봇물을 막을 수는 없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조원의 세금을 풀어 민간기업의 임금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걸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건 정상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재심요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용부장관에게 그걸 바랄 수 없는게 현실이다. 임금은 누가 주는 것이며 최저임금 인상은 누굴 위한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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