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건 조사단장 활동
2013년 첫 여성 검사장 올라
"서지현 검사 용기, 미투 촉발"
2013년 첫 여성 검사장 올라
"서지현 검사 용기, 미투 촉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을 역임한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장(56·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디지털타임스 인터뷰실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주목을 받는 여성 시위에 대해 "우리 사회는 아직 여성에 대해 잣대가 높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몰래카메라를 찍은 여성을 구속한 것을 두고 편파 수사라며 문제를 삼는 것이 쉽지 않은데, (혜화역 여성 시위가) 그 일을 해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사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으로 '유리천장을 깬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조 전 검사장이 가장 잘 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가 '여성 1호' 타이틀이 있었다.
조 전 검사장은 한국 검찰 설립 65년 만인 지난 2013년 한국 최초 여성 검사장에 올랐다. 30년 가까이 공직에 몸을 담은 뒤 최근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인해 촉발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을 맡고 지난 6월 22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침 서지현 검사도 기사가 나가는 16일 법정에 출두해 증언을 한다.
조 전 검사장은 "서 검사의 폭로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가운데 성추행 의혹을 받는 안태근 전 검사장이 인사 불이익을 줬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도 서 검사에 대해 "수사심의위원회는 구속기소를 목표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조사단에 대해 수사의지, 능력, 공정성이 없는 3무 조사라고 폄하한 점은 참 아쉽다"고 말했다.
퇴직 후 돌아보는 검찰에 대해 조 전 검사장은 "여성 1호라는 점은 의미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언론의 주목을 받고 눈에 띄니까 힘든 점도 많았다"며 "검찰 내부에서는 제 스스로 실질적인 역량보다 '여성 1호'라는 점 때문에 보직 등을 받았다는 폄하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전 검사장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1987년 전체 정원 300명 중 여성은 8명에 불과했다.
조 전 검사장은 "사법시험 면접에서 '경제사범이나 부패사범을 수사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면접관들은 '여성인데 왜 사회적 약자나 소년 범죄 등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며 "여성이라서 이걸 해야 한다는 강박이 문화적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 전 검사장은 1998년 법무부에서 여성정책담당관을 맡았을 때를 가장 의미 있던 순간으로 골랐다. 조 전 검사장은 "그저 여성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고충을 들으며 여성정책이 출산이나 육아를 넘어서 다방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당차고 할 말은 하는 조 전 검사장이지만 남성 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검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조 전 검사장은 "한번은 주황색 매니큐어를 칠한 적이 있는데 부장으로 모셨던 분과 점심을 하게 됐다"며 "그런데 맥주 한 잔을 하는데 자꾸 스스로 손을 가리게 됐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가 어색해서 칠해놓고도 손이 자연스럽게 펼쳐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전 검사장은 "서 검사의 용기로 미투운동이 촉발됐다"며 "많은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깨는 도전으로 개인의 보람은 물론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은애기자 euna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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