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핵화 진전없는 종전선언 우려한다

[사설] 비핵화 진전없는 종전선언 우려한다
    입력: 2018-07-12 18:00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은 비핵화 이행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미는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종전선언을 조속히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당사국간 노력을 촉구한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미북이 서로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어, 핵 폐기 전 제재 해제 없다는 원칙과 괴리가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에 중재자로 나설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도훈 한반도본부장이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등 비핵화협상그룹을 만나 북의 비핵화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보상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1일 북 비핵화가 "수십 년 걸릴 도전"이라고 말하는 등 협상에서 후퇴하는 듯한 입장을 내비쳤다. 당초 미국의 비핵화 타임테이블은 2020년 말까지였다.

미국의 북 비핵화 조기 타결이라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지만, 미국이 벌써 협상에 피로를 느끼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폼페이오 장관의 3차 평양 방문에서도 이렇다 할 결실이 없자 미 의회 지도자들은 제재 강화 등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면서 북한이 쉽게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받는 조건으로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북핵 폐기나 적어도 CVID 로드맵 없이는 보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어떻게 변할지는 미지수다.

어정쩡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얻은 게 없으면서도 체제보장은 사실상 인정된다. 비핵화 협상은 더 꼬일 수 있다. 협상 목표는 희미해지고 동력은 상실된다. 종전선언 후 북은 주한미군철수 주장을 하면서 비핵화 협상을 핵군축회담으로 변질시키려 할 것이다. 핵 폐기 또는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로드맵이 나오기 전에는 종전선언을 서둘러선 안 된다. 비핵화 진전없는 종전선언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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