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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자증세는 정의로 포장된 다수의 착취다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입력: 2018-07-11 18:00
[2018년 07월 12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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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자증세는 정의로 포장된 다수의 착취다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지난 3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 연간 1천만 원 이상의 금융소득자에 대한 종합과세, 소형주택 전세보증금에 대한 특례 축소를 골자로 하는 재정개혁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임대소득 기준 강화는 당장 시행하지 않을 방침이며, 종합부동산세 인상도 점진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종부세를 인상하면 취득세와 등록세 등의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며 권고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내년부터 시행될 종부세에 대해 살펴본다.

첫째, 전반적으로 증세의 목적이 불분명하다. 복지 재원 마련이 이유라면 복지 확대의 필요성과 그것이 현재와 미래의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복지 정책은 스스로 물적 생활을 유지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지, 노인, 학생, 아동 등의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면, 나라를 복지병의 함정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부의 편중 현상을 완화하려는 수단이라면, 그것은 부도덕하다. 최근 집값의 전반적 상승은 금융위기 이후 대거 풀린 통화 때문이지만, 특정 지역의 집값이 높은 이유는 그 곳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의 양은 한정되어 있어 일부 사람들만 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그 곳의 거주자에게 특별히 더 세금을 매기는 것은 조세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사실 재산세는 원천적으로 정의롭지 못하다. 개인이 소득을 벌면 소득세를 내고, 상속·증여를 받으면 상속·증여세를 낸다. 이후 근검절약하여 재산을 축적 또는 유지한 것인데, 재산 소유자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은 근검절약한 삶에 대한 처벌이다. 집값 상승을 막는 수단이라면, 그것은 하책(下策)이다. 종부세를 인상하면 당장은 집값이 떨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줄여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린다. 물건 값을 떨어뜨리려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다. 집도 예외가 아니다.

둘째, 누가 어디에 어떤 집을 가질 것인가는 주거 목적과 미래의 가치 변화 등에 대한 그 사람의 판단에 의존한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운(運)에 의해 얻은 집값 상승분을 불로소득(?)이라고 하여 정부가 세금으로 가져가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해친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에 의한 이익과 행운에 의한 이익을 구분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은 없으며,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도 없다. 그런 이익에 세금을 매기면 사람들은 자원 사용에 있어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재산의 소유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이치다.

셋째, '부자 증세'라는 용어에는 다분히 부자를 질시하는 심리가 담겨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 사회는 소수가 다수를 착취하거나 다수가 소수를 착취하는 모습을 보여 왔으며, 이는 항상 갈등과 사회 혼란의 원인이 되었다. 오늘날의 보편적 정치 체제인 민주정에서는 정치적 의사결정이 대부분 다수결에 의하므로 다수가 소수를 착취하는 구조가 정착되기 쉽고, 이는 흔히 '사회적 정의'로 포장된다. 부자 증세도 그런 것이다. 소수가 다수를 착취하는 구조에서는 착취당하는 다수가 폭력을 동반한 혁명적 방법으로 체제를 바꾸는 경우가 왕왕 있다. 반면에 다수가 소수를 착취하는 구조에서는 그런 저항은 없다. 그러나 부자들에 대한 질시 감정과 세금 증가는 이들의 자본 소비 및 축적 감소 등으로 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고 사회는 역동성을 상실하면서 서서히 식물화된다.

밀튼 프리드먼의 지적 대로 좋지 않은 세법도 5년 정도 바꾸지 않으면 해로운 면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세법을 자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기 영합적 세법 개정으로 정권의 지지율을 높인다거나 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이제 세법 개정은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기획재정부는 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준 높은 논리와 도덕에 입각하여 신중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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