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데스크] 콘도르의 비행이 아름다운 이유

[DT데스크] 콘도르의 비행이 아름다운 이유
    입력: 2018-07-08 18:00
이근형 정치국제부장
[DT데스크] 콘도르의 비행이 아름다운 이유
이근형 정치국제부장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바뀌는 신호가 감지된다. 6·13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좌클릭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과는 다르다. 그나마 다행이다.

문 대통령이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난다. 지난해 취임한 후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휴대폰 공장 준공식에서 조우하는 형태다. 모양새도 나쁘지 않다. 이번 만남은 국가 수장과 국가대표 그룹 총수 간 회동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죄인인 듯 고개를 숙여야 했던 대기업을 동반자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1년 대기업들은 숨죽여 지내왔다. 공과 과에 대한 구분 없이 탄핵 정국 속에 '적폐'로 분류됐다. 고개라도 들면 망치가 날아들까 두려움에 떨었다. 현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들을 뽑아준 주축인 시민사회가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기업을 적으로 돌려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1년이 넘도록 70% 안팎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보수 세력의 자중지란으로 지방선거에서도 압승했다. 정치적으로는 무소불위다. 잘했다기보다는 경쟁자들이 비실거려서다. 그러나 불안하다. 정부도 알고 있다. 1호 공약이었던 '일자리' 창출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어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일자리 참사'로 위신이 깎였다.

지난 5월 취업자 수 증가는 2010년 1월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 들어 내내 내리막을 걷다가 10만 명 밑으로 추락했다. 실업률은 최악인 4%다. 주요 지지층인 청년층의 실업률은 10%를 넘는다. 모두 신기록 행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세웠던 캐치프레이즈인 '소득주도 성장'이 민망하게 됐다.

대외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세계가 트럼프 발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국가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감소했다. 지난 4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수출 전선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 정세마저 불안하다. 유가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 우리는 전형적인 수출 주도형 국가다. GDP(국내총생산)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 않은 충격파가 올 수도 있다.

이제야 이런 현실을 제대로 보는 것 같다. 지난달 문 대통령은 청와대 정책기조점검회의에서 기업과 자주 소통하라고 당부했다. 기업과 소통할 수 있는 인사로 일자리 수석을 교체했다. 한화와 현대자동차, LG를 잇달아 방문하는 등 대기업과 스킨십도 늘리고 있다. 9일 삼성 이 부회장과 만남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기업은 같이 가야 한다. 정부의 존재 이유를 위해서다. 국민의 안전과 배를 채우는 것이 제1의 책무다. 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기업의 손을 잡아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대기업에서 나온다.

왼쪽으로 돌렸던 핸들을 제자리로 돌릴 때가 됐다. 운전을 해본 사람은 안다. 좌회전을 위해서는 핸들을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 그리고 돌린 핸들을 서서히 풀어 제 방향을 잡는다. 핸들을 돌린 채 계속 잡고 있으면 사고가 난다. 도로로 치고 올라간다. 잘해야 유턴이다. 말 위에서 세계를 정복한 몽골도 계속 말고삐를 죄진 않았다. 방향을 돌릴 때만 말고삐를 잡았다. 달리는 것은 말에게 맡겼다. 안데스산맥 위를 활공하는 콘도르의 비행은 아름답다. 서두르지 않기 때문이다. 방향을 바꿀 때도 한쪽 날개를 살짝 내리는 것으로 족하다. 곧바로 바로 잡는다.

이근형 정치국제부장 r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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