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지배력 위해 `치킨게임`도 불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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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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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행진을 거듭해온 반도체 경기가 이르면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둔화 또는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서버용 D램 수요가 여전히 강하지만 증가율이 소폭 하향 추세고 일부 현물가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낸드플래시도 3분기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점쳐졌다. 전체 수출의 21.8%를 점유하는 반도체 경기마저 꺾이면 올해 3% 성장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반도체는 자동차 철강 디스플레이 조선 등 전통 수출 주력 산업의 부진 속에서도 수출을 책임져온 한국경제의 보루다. 상장사 전체 이익의 절반가량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할 만큼 반도체는 한국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예상보다 반도체 호황이 일찍 끝날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정신을 바짝 들게 한다.

반도체 경기는 수퍼 사이클이라 할 만큼 그동안 공급자 위주 시장을 형성해왔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IoT, AI, 자율주행차와 데이터센터의 확장은 고용량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폭발시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적시 투자로 시장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다시피 해왔다.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58%에 달하는 등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중국은 반도체 수퍼 호황에 들어설 때부터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정부가 주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칭화유니 등 중국의 대표적 메모리반도체 업체 3사의 투자금액만도 50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런 그들이 올 말부터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다.

중국 업체가 당장 우리 기업의 경쟁 상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초집적 기술과 수율에서 일정 수준에 오르려면 수년 이상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은 저가 보급형 메모리에 한정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반도체 수퍼 사이클의 종료를 점치는 분석에는 수요 감소보다는 공급과잉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제품을 내놓는 하반기부터 공급과잉이 가시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반도체 호황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이제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한다. 반도체 시장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R&D 역량 강화와 파운드리 시장 확대 등 다양한 전략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메모리 시장 경쟁력 향상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파운드리 시장 개척은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메모리 시장의 지배력 유지다.

오늘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기까지는 10년 전 사활을 건 메모리시장의 치킨게임에서 생존했기 때문이다. 생존자가 시장을 거의 독식하는 메모리시장의 성격상 중국과 공존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세계 메모리 시장을 빼앗기지 않을 선제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기술과 가격 양면에서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물량 공세를 한다 해도 적자 누적을 언제까지 감수해낼 수는 없다.

이미 시장 분석가들은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가 본격 출하할 시점에서 가격을 대폭 낮춰 수율이 낮은 중국 반도체 기업을 따돌릴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년 전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저력을 새롭게 등장한 추격자를 따돌리는데 발휘하길 바란다. 정부도 중국 정부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WTO 규준 안에서 최대한 기업을 지원하는 다각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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