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실화되는 `부채 디플레이션`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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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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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현실화되는 `부채 디플레이션`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부채디플레이션이란 가계의 부채는 증가하는데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격은 하락해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어들어 국민소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가 위축돼 장기불황을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어빙 피셔교수가 대공황의 원인으로 주장하며 유명해진 이론이다. 후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불황도 부채디플레이션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만큼 부채디플레이션이 한 번 발생하면 민간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주는 충격이 크고 오래간다. 미국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이러한 우려 때문에 국채와 더불어 주택저당채권까지 매입하는 양적 완화 통화정책을 추진해 추락한 부동산경기 정상화에 주력했던 것이다. 양적 완화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추락했던 주택가격이 정상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일자리도 생기고 가계의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하락하면서 민간소비가 살아나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에 부채디플레이션의 망령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장기불황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부채는 3월말 기준 1468조원에 이른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이 170%를 돌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때 135%였던 이 비율이 최근 100% 수준으로 하락해 민간소비가 살아나면서 경기가 호황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이 비율이 2008년 143%에서 오히려 17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급증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비율이 미국처럼 100% 수준으로 하락하려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어 가계소득이 증가하거나 가계자산가격이 회복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험을 보면 이 비율을 낮추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도 100% 수준까지 낮추는 데는 최소 15년은 걸릴 것이다. 더욱이 한국은 이 문제의 중요성을 정책담당자들이 주목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이미 한국은 장기불황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설상가상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3월말 기준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못 갚는 고위험가구가 34만 6천 가구로 1년 전에 비해 3만4000 가구, 10.9%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자본유출 방지를 위해 한국도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인데 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가 11만6000 가구 추가로 증가해 모두 46만2000 가구에 이를 전망이라는 것이다. 전세자금대출도 빠르게 증가해 전세값이 20% 하락하면 집주인의 22%가 빚을 내어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깡통전세가구가 될 전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런대도 정부는 부동산경기 억제를 위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 재건축심사 강화, 분양보증 축소 등 전방위적인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부동산경기가 소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경기가 침체국면에 진입하는데 부동산경기 억제정책을 추진하는 경우도 드문 경우다. 금년 5월말 기준 건설업에만 204만 명, 부동산서비스부문에는 52만 명, 합해서 256만 명이 건설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대부분 일용 임시직이다. 소득수준이 낮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빈곤층으로 추락, 불법사채 사용, 실업급여 증가 등 엄청난 경제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지난 번 가계동향조사에서는 하위 20% 가구의 57%가 일자리가 없다는 조사도 나왔다. 이러니 소비를 할 수 없어 자영업자의 매출이 1년 새 12% 감소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당정청은 재정지출을 확 늘리라면서 2차 추경설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재정승수는 0.5 내외 수준이다.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세금을 1조원 거두어 재정지출을 하면 0.5조 원 내외 소득이 창출된다는 의미다. 세금을 거두지 않고 민간에서 1조원을 소비하게 하면 승수효과까지 겹쳐 더 많은 소득과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오히려 소득과 일자리 창출이 줄어든다. 이를 재정의 일자리 밀어내기 효과라고 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기업투자를 늘리고 부동산경기도 정상화해서 재정악화 없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정책으로 전환해서 부채디플레이션으로 장기불황이 오지 않도록 전력투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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