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656) 엉터리 유사과학

[이덕환의 과학세상] (656) 엉터리 유사과학
    입력: 2018-06-28 18:00
과학이 무병장수 보장해 주지않아… 근거없는 의학 효능광고 경계해야
[이덕환의 과학세상] (656) 엉터리 유사과학
방송통신위원회가 게르마늄 팔찌를 판매한 홈쇼핑 방송사를 제재할 것이라고 한다. 근거 없는 의학적 효능을 소개한 것이 심의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유사과학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정부가 그동안 유사과학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엉터리 유사과학의 확산에 도움을 준 언론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영세업자들만 유사과학을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들도 이익을 챙길 수만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1980년대에 가전 3사가 경쟁적으로 내놓았던 육각수 냉장고는 사실 아무 것도 없는 맹탕 냉장고였다. 떠들썩한 광고와 달리 육각수와 관련된 장치는 아무 것도 없었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다는 뜻의 원적외선 텔레비전도 있었고, 은나노의 엉터리 살균력을 자랑하는 세탁기도 있었다.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 붙어있는 정체불명의 기능은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전문가도 함부로 믿을 수 없다. 드러내놓고 유사과학의 전도사로 활약하는 교수와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천일염에 미네랄이 많아서 좋다고 법석을 떨던 교수도 있었고, 알칼리수의 신비를 강조하던 교수가 느닷없이 수소수를 들고 나와 소비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엉터리 교수들의 알량한 학술적 권위에 정부, 언론, 소비자들이 속절없이 속아 넘어가고 있다. 산학협력이 유사과학을 퍼트리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종편의 건강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는 쇼닥터와 식품 전문가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특정 식품에 들어있다는 화학성분의 의학적 효능은 절대 믿을 것이 아니다. 식약처가 운영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제도는 유사과학의 온상으로 변질돼버렸다. 건강기능식품 인증의 근거로 소개되는 학술논문은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경우도 있다. 한 때 해수부 장관까지 나서서 탁월한 항암 효과를 자랑하던 해양심층수는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제는 시들해진 천일염의 열기도 정부가 앞장서서 유사과학을 부추긴 사례였다.

천연 방사성 광물인 모나자이트를 이용한 음이온 제품에 무작정 특허를 내준 특허청도 유사과학에 점령당해 버린 셈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내에서 산업적으로 아무 쓸모가 없는 모나자이트의 수입과 유통 현실을 파악하고도 손을 놓고 있었고, 방사선을 내뿜는 102종의 공산품을 관리하지 못한 산업부의 책임도 무겁다. 창조경제를 외치던 미래부에서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받아 모나자이트 특허를 받은 경우도 있다.

언론도 유사과학의 확산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 교묘하게 위장한 기사형 광고로 채워지고 있는 건강·식품 기사가 유사과학의 놀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설탕절임이 만병통치의 '효소'로 둔갑시킨 것도 언론이었다. 과학을 강조하는 광고는 대부분 믿을 것이 아니다.

엉터리 유사과학을 가려내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유사과학은 건강과 관련된 것이다. 혈액순환을 개선해주고, 면역력을 강화해주고, 통증을 완화해주고, 노화를 방지해준다는 식의 애매한 주장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건강을 해치는 독성 물질을 제거해준다는 유사과학도 많다. 정상적인 과학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주장들이다.

유사과학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에게 특별한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기적적인 효과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나타난다는 것도 공통적인 주장이다. 누구나 구입해서 사용하기만 하면 효과가 보장된다는 주장이 엉터리 유사과학을 가려내는 확실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과학이 무병장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엉터리 유사과학에 소중한 건강을 맡겨버릴 수는 없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건강과 안전은 기적이 아니라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엉터리 유사과학은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악령'이라는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의 지적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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