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한옥의 미, 향기나는 기둥 `주련`

이제원 상지대 FTA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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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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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한옥의 미, 향기나는 기둥 `주련`
이제원 상지대 FTA국제학부 교수
본격적인 더위와 함께 휴가와 여행의 시기가 성큼 다가왔다. 여행은 단지 낯선 곳을 방문한다는 의미를 넘어 일상생활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새로운 기운을 북돋아준다는 생각만으로도 한없이 즐겁고 행복한 충전 활동이고 정신적 윤활유다.

최근 국내의 각종 언론과 방송들이 해외 유명여행지를 방문하는 고정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여러 곳을 소개하고 있지만 굳이 해외여행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본인은 단연코 '아니다'라는 말씀을 드린다. 국내에도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여행 장소가 수없이 많기 때문에 해외 유명관광지 부럽지 않다.

숨겨진 보석을 찾고자 국내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여행지의 감흥을 높여드리고,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정취 그리고 여유로움을 느껴보실 수 있도록 건축물에 오랜 기간 전시되어 있는 향기 나는 기둥 '주련'을 소개드리고자 한다.

선조들은 가옥을 단순히 거주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을 도야하고 심신을 다스리는 도량의 장소로 활용했다. 가옥을 건축하면서 풍수지리 사상을 반영했고, 주택의 음양과 오행을 균형있게 조화시켰다. 가옥을 주거지 목적 이외 사람이 살아가는 고귀하고 소중한 대지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장소로 여긴 것이다.

주련은 이런 소중한 곳에 존재하며 사람들의 정신을 강화시키고, 심신을 바르게 만들었다. 주련은 한시의 구절이나 단편적인 산문 등을 일필휘지의 필체로 나무판이나 기둥에 음각 또는 양각으로 새겨 집안의 기둥에 걸어 놓은 장식물로서 삶의 멋과 운치도 담고 있다. 주련을 통해 집 주인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사상·가치관 등의 내면적인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으며 주택이라는 공간에 부여한 의미도 존재했다. 오백년간 이어온 유교 교육을 통해 정립된 글귀들을 기둥에 걸어놓고 수시로 읽고 보면서 개개인이 스스로의 인격을 수양한 것이다. 주련은 한옥 뿐 아니라 궁중 궁궐과 전각 기둥에도 존재한다. 기회가 된다면 경복궁·덕수궁·창덕궁을 찾아보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종종 주련에 써진 선조들의 함축적 글귀를 읽어주면서 그들의 지혜와 과거, 현재의 의미를 공유하곤 한다. 필자가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는 주련의 글귀는 창덕궁 연경당과 선향재, 애련정에 쓰여 있는 글귀들이다.

'독서유미각심한(讀書有味覺心閒) 글을 읽음에 있어 참맛이 있으니 마음 한가로움을 깨닫고/일탑청풍백자향(一榻淸風栢子香) 책상에 맑은 바람은 측백의 향기로다/생향부단수교화(生香不斷樹交花)' 향기 풍겨 끊이지 않으니 나무는 꽃과 서로 어울렸네./

주련에 씌여 있는 주옥같은 글귀는 우리의 마음을 선하게 하고, 말과 행동을 바르게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주련 뿐 아니라 기회가 된다면 한옥의 아름다움도 새롭게 느껴보시라 조언 드리고 싶다. 한옥은 가옥의 의미를 넘어 밖에서 바라보는 모습과 안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모두 다르다. 창문이나 방문을 통해 보이는 마당, 담장 등 그 자체가 사시사철 새롭게 변모하는 하나의 작품이며 그림으로 독립된 공간의 전시장이다.

올 여름 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한다. 폭염의 더위가 도심을 달구면 사람들의 불쾌지수도 올라가게 되어 있고, 사소한 것에도 분노가 발생할 수 있다. 폭염 속에서도 시원한 한옥의 툇마루에 앉아 더위를 식혀가며, 한옥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 그리고 주련에 쓰인 글귀들을 음미해 보면서 폭염을 지혜롭게 이겨낸다면 한 여름의 여행이 더욱 보람되고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즐거운 여행이 되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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