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권유에도 근무하며 대립각
내달 3일 총회서 해임 의결키로
친노동 낙하산인사 한계 드러나
내달 3일 총회서 해임 의결키로
친노동 낙하산인사 한계 드러나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사진)이 결국 임기를 석 달도 못 채우고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 낙하산 인사에 따른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중론이지만, 송 부회장과 경총 측이 "적폐 청산"까지 거론하며 극한 대립을 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경총은 내달 3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임원 임면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생사는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총회는 경총 회원사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체로, 경총은 정관에 부회장의 해임에 관한 조항이 없어 선임 조항을 준용해 송 부회장의 해임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경총은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송 부회장에 대한 해임 안건을 총회 안건으로 상정한다.
경총 안팎에서는 손경식 경총 회장이 송 부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조처를 내리는 등 '불신임'을 공식화한 만큼 회원사들도 손 회장의 판단을 따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970년 경총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송 부회장은 애초 선임 당시부터 현 정부의 노동친화 성향에 맞춘 '코드인사' 논란이 있었다는 점에서 적잖은 잡음이 예상된다. 작년 5월 김영배 전 부회장이 비정규직 관련 발언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비판을 받고 사실상 경총이 현 정부로부터 '패싱'을 당했다. 이후 지난 2월 박병원 회장·김영배 부회장이 동반 사임하면서 경총은 사상 초유의 지도부 공백 위기를 맞았다.
이에 경총은 지난 4월 재계 원로인 손 회장과 함께 고용노동부 국장까지 지낸 친 노동성향 관료 출신인 송 부회장을 선임했다. 하지만 송 부회장의 경우 취임 당시부터 대표적인 사용자 단체인 경총에 고용노동부 국장까지 지낸 관료가 부회장으로 임명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나왔다. 경총과 성향이 다른 그를 손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이유가 전임자인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이 일자리 정책을 놓고 정부와 맞선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송 부회장은 결국 지난달 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논하는 국회 고용노동소위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로 가져가자는 의견을 내면서 회원사의 반발을 불러왔다. 경총이 하루 만에 뜻을 뒤집으면서 상황은 무마했지만, 이후 송 부회장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경총 내부에서 불만이 폭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후 경총은 송 부회장에게 자진사퇴를 권유했지만, 송 부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급기야 경총을 '적폐 세력'으로까지 비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송 부회장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대에 맞게끔 경영계가 바뀌어야 하는데 경총은 구태의연한 적폐 세력"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손경식 경총 회장이 적폐 세력 때문에 오판하고 있다면서, 또 손 회장이 그만두라고 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총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총 관계자는 "송 부회장은 취임 때부터 경총을 사실상 적폐세력으로 간주했다"며 "취임한 뒤 수백 건의 결재서류를 올렸는데도 통상적인 사안조차 미루는 등 실제로 처리한 것은 몇 건이 채 안 됐다. 논의 자체를 제대로 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적폐세력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총이 낙하산 인사를 할 때부터 예고됐던 잡음이지만, 송 부회장도 명예퇴진을 거부하고 속한 조직을 적폐라고 거론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양쪽 모두 상처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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