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에 2.6조 투자? 들쑥날쑥 정책에 시장은 혼란

수소차에 2.6조 투자? 들쑥날쑥 정책에 시장은 혼란
김양혁 기자   mj@dt.co.kr |   입력: 2018-06-25 18:00
수년간 정부 목표치 들쑥날쑥
자동차 업체 애써 구축한 설비
목표치 줄어 무용지물 되기도
"부처 담당자 순환근무 주원인"
수소차에 2.6조 투자? 들쑥날쑥 정책에 시장은 혼란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기차 넥쏘 현대자동차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수소연료전기자동차가 일관성 없는 정책에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정부 목표치에 맞춰 생산설비를 구축했지만, 해마다 바뀌는 정부의 목표치에 애써 만든 생산설비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산업혁신 2020 플랫폼' 2차 회의를 열고 글로벌 수소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한 수소차 산업생태계 구축에 민·관이 5년간 총 2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민관이 전략적 협업으로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수소에너지 등 수소차 산업생태계를 조기에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와 업계는 올해 1900억원, 내년 4200억원 등 2022년까지 2조6000억원을 수소차 생산공장 증설, 수소 버스 제작, 버스용 수소저장용기 개발, 스택공장 증설 등에 투자한다.이를 통해 2022년까지 수소차 1만6000대 보급 목표를 달성키로 했다.

이번 보급 목표치는 앞서 지난 8일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전기·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방향'에서 발표된 수소 버스 1000대를 포함한 목표치다. 수소 버스는 오는 2020년 이후 양산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 나머지 약 94%(1만5000대)는 사실상 승용차 부문에서 채워야 한다. 현재 국내서 시판 중인 수소차는 현대자동차 '넥쏘', 1종이 유일하다. 2020년까지 넥쏘 1종으로 1만5000대를 채워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앞서 2016년부터 2세대 수소차 넥쏘를 연간 약 4000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 이는 2015년 12월 8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제3차 환경친화적자동차 개발과 보급 기본 계획'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계획을 보면 정부는 수소차를 다음 해인 2016년 100대를 시작으로, 2017년 300대, 올해 2000대에 이어 2020년 9000대까지 늘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후 3년 동안 수소차 중장기 보급 계획은 오락가락했다. 2017년 9월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종합대책에선 수소차를 2020년까지 1만대(누적 기준)를 보급하기로 했다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보급 목표치를 5000대로 '반 토막' 냈다. 이전까지 수소차 수요가 전기차에 비해 적다고 판단하고, 전기차 위주로 보조금 정책을 강화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2015년부터 현대차가 2018년 새로운 수소차를 출시할 계획은 알고 있었다"며 "당시 보급 목표치가 이에 대한 방증"이라고 귀띔했다.

정작 현대차가 수소차를 내놓자 수요는 2015년 당시 예상치만큼 몰렸다. 올해 3월 19일 1회 충전으로 600㎞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수소차 넥쏘의 예약 판매는 1주일도 안 돼 1000대가 넘는 계약이 이뤄졌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현재 수요는 보조금만 받쳐 주면 모두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수소차 할당 보조금은 200여대에 불과했다. 부랴부랴 지난 5월 수소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위한 추경 112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약 500대 보조금 분이다. 이로써 정부가 올해 보급하기로 한 목표치 700대는 무난하게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땜질' 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목표치라는 게 해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수정·보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마다 바뀌는 수소차 사업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부처 담당자의 순환근무라는 지적이 많다. 목표치를 세워놓은 실무진들이 2~3년이 지나 다른 부서나, 부처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실제 제3차 환경친화적자동차 개발과 보급 기본 계획을 담당한 각 부처에 문의하자 "전임자가 한 것이라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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