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막으려다 편법 키운 내부거래 규제

편법 막으려다 편법 키운 내부거래 규제
권대경 기자   kwon213@dt.co.kr |   입력: 2018-06-25 18:00
총수 일가 사익편취 제재 안통해
8조 규모서 4년간 14조로 증가
규제 기준 30% 맞춰 일감몰아줘
공정위 "감시장치 작동 안 한 듯"
편법 막으려다 편법 키운 내부거래 규제

재벌들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막기 위해 도입한 '사익편취 규제'가 시행된 뒤 오히려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 4년간 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약 8조원이던 것이 2017년 14조원에 달했다.

재벌들은 총수와 총수일가 지분율을 법적 규제 기준인 30% 미만으로 낮춘 뒤 일감을 대거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이 같은 내용의 '사익편취 규제 도입 후 내부거래 실태 변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조사대상은 재벌그룹 자회사 203개 회사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규제 도입 직후인 2014년 내부거래는 7조9000억원(11.4%)이었다. 그러나 이후 매년 조금씩 늘더니 2017년에는 14조원(14.1%)까지 치솟았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는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기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규정으로 제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2014년 도입된 제도다. 규제대상은 상장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 30% 이상이며, 비상장사는 20% 이상의 회사다.

2014년 규제가 시행된 후에 일시적으로 내부거래 비중과 규모가 줄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비중과 규모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5년 연속 규제 대상에 포함된 56개사만 따로 비교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2013년 4조원(13.4%)이던 내부거래 규모는 규제 도입 직후 3조4000억원(11.6%)으로 잠시 떨어진 뒤 3년 연속 상승해 2017년 6조9000억원(14.6%)을 기록했다.

또 총수일가 지분율이 규제 기준보다 낮은 '사각지대' 회사들은 규제 대상 기업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인 회사들이 이노션·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현대자동차), SK디앤디·에이앤티에스(SK), 싸이버스카이(한진), 영풍문고(영풍) 등 8개사다. 규제 기준 지분율 이하로 낮아진 뒤 이 8개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당초 10% 중반대에서 26∼29%로 높아졌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상장사 내부거래 감시장치가 실제 작동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과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위의 논의 내용과 국회에 계류된 법 개정안을 토대로 규제를 더 강화할 예정이다.

세종=권대경기자 kwon21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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